"누구와 성관계를 하고 싶나요?"
"미래의 배우자와 하고 싶습니다."
"미래의 배우자가 생길 때까지 한 번도 성관계를 안 할 건가요?"
"아마 안 그렇겠습니까."
12일 강원도 홍천군에 위치한 제1야전군 번개 부대에서는 부사관급 이상의 부대원 250여 명을 대상으로 성매매방지교육이 실시되고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여성 강사가 성매매에 대한 각종 질문들을 쏟아부을 때마다 장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번 교육은 여성부와 속초 성폭력상담소의 공동협력사업인 강원도내 군부대 성매매방지교육의 일환. 지리적 여건때문에 군부대가 많은 강원도의 특수적인 상황을 고려, 군인에게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어야 사회의 성(性)문화가 올바로 자리잡는다는 취지로 실시된 사업이다. 이 부대는 지난 10월 일반 사병 400여 명을 대상으로 성매매방지교육을 실시한데 이어 간부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강의를 맡은 유혜정(41) 속초 성폭력 상담소장은 성(性)에 대한 개념과 정의를 내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우리 사회의 남성 성문화, 성매매 피해여성의 현실, 성매매방지법의 주요 내용들에 대해 문답법을 곁들여 차근차근 설명해나갔다. “성매매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성매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성매매가 필요한가”란 질문이 던져졌고 질문을 받은 부대원들은 다소 쑥스러워하면서도 진지하게 답변했다.
강의의 말미는 이 부대의 조상진(20) 하사가 나서 성매매 근절 선언을 하는 것으로 장식됐다. 조 하사가 “나는 나의 인권을 위해 성매매를 하지 않는다. 나는 동료에게 성매매를 권하지 않는다. 나는 동료의 성매매를 방관하지 않는다. 나는 성매매를 부추기는 사회에 동조하지 않는다. 나는 타인의 인권을 소중히 여긴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큰 소리로 외치자 박수가 쏟아졌다. 선언문 낭독 후 조 하사는 “누구든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여성의 인격을 하찮게 여길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교육에 참가한 이 부대 류진(25) 중위는 “성매매 여성이 피해자라는 인식을 다시 갖게 됐고 앞으로 장병들에게 더 내실있는 교육을 실시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교육 소감을 밝혔다. 류 중위는 “성매매특별법이 군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인간은 이성을 가진 인격적인 존재이므로 개인의 능력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군의 사기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제 1야전군사령부 인사근무과장인 김문수(50) 대령은 “부대원들이 성매매특별법과 관련된 사회 분위기를 습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외부강사를 초빙했다”면서 “성(性)군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보다 확실히 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