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시카고의 성공한 변호사 존 클라크(리처드 기어)는 귀갓길 전철에서 댄스 스쿨의 간판을 발견하고 머뭇거린다. 집에 들어가 봤자 아내(수잔 서랜던)는 아이들 학교 기부금 행사 참석에 바쁘고 열네 살 딸은 친구들하고만 시간을 보낸다. 지친 가장은 이제 아내와 딸 몰래 춤을 배운다. 춤선생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매력적인 엉덩이를 가지고 있다는 제니퍼 로페즈. 이제 그의 삶은 새로운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우선 조금은 난폭한 제안부터. 8년 전 수오 마사유키 감독이 만들었던 일본판 '쉘 위 댄스'를 본 관객이라면 눈높이를 낮출 것. 일본의 회사원이 미국의 변호사로 바뀌었고, 자잘한 디테일이 아메리칸 스타일로 다듬어졌지만, 미국판 '쉘 위 댄스(Shall We Dance)'는 전작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한 복제다. 리처드 기어와 수잔 서랜던, 그리고 제니퍼 로페즈의 로맨스와 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지만, 거기까지. 일상에 지친 샐러리맨이 몰래 배우는 볼룸 댄스를 통해 느낀 해방의 신선함은 반복되기 힘들다.

물론 이 영화를 처음보는 관객이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일본판 원작을 거의 보지 않은 미국 관객의 경우, 피터 챌섬의 '쉘 위 댄스'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현대인이 무력감을 떨치고 열정을 되찾는다는 설정은 당연히 태평양 건너 대륙에서도 절절한 공감을 얻을 수 있을 테니. 완벽하게 차려입은 리처드 기어가 장미꽃 한 송이를 바치며 수잔 서랜던에게 '쉘 위 댄스'를 청할 때도 더할 나위 없이 멋지다. 하지만 소박하면서도 감동적이었던 원작이 다시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