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수상스포츠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F1 파워보트가 서울 외교가의 새로운 취미생활로 등장했다. 31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은 시속 200㎞에 시가 20억원이 넘는 파워보트의 경연을 벌여 많은 주한 외교관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파워보트는 지난 81년에 시작돼 매년 영국, 이탈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세계 10개국을 돌며 레이스를 펼치는 전통 있는 스포츠. 이탈리아의 구이도 카펠리니, 미국의 스콧 길먼, 핀란드의 사미 셀리오 등 톱 랭킹 선수들이 한국을 찾아 열띤 경주를 펼쳤다.

이브라힘 알만수리(Ibrahim Almansouri) 아랍에미리트(UAE) 대사와 킴 루오토넨(Kim Louotonen) 핀란드 대사가 경기장을 방문해 모국 출신 선수들을 격려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가죽 점퍼의 간편한 차림이었던 알만수리 UAE 대사는 “아부다비나 두바이는 파워보트 등 각종 스포츠를 유치하면서 부수적인 경제 상승 효과를 많이 봤다”며 “아름다운 경치를 가진 미사리에서도 앞으로 경기를 계속 유치해 한국을 홍보하는 효과를 누리기 바란다”고 전했다.

니콜로 디 산 저마노 UIM(국제모터보트연맹) 프로모터(왼쪽부터)와 킴 루오토넨 주한 핀란드 대사, 이종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 이브라힘 알만수리 UAE대사와 레진 반데케르크초프 UIM 사무총장이 미사리 조정경기장 앞에 전시된 파워보트 모형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a href=mailto:choish@chosun.com><font base=돋움 color=#000000 >/ 최순호기자</font><

대회는 별 탈 없이 마무리됐지만 진행이 매끄럽지 않아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원 규정대로라면 12대의 보트가 동시출발해 왕복 2㎞ 정도 되는 코스를 40~50바퀴 돌며 자동차 경주 못지않은 파워풀한 레이스를 보여줘야 했다. 그러나 조직위는 경기장폭이 108m밖에 되지 않아 동시 출발 레이스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2대씩 출발해 800여m의 코스를 두 바퀴 반 정도 도는 매치 게임 방식으로 바꾸었다. 재미가 반감되는 건 당연했다. 보트를 내려줘야 할 크레인 기사가 오랜 시간 행방불명된 것도 문제를 일으켰다. 이 때문에 처음엔 환한 미소를 띄며 경기장을 찾았던 루오토넨 핀란드 대사는 결국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불쾌감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 6월 부임한 루오토넨 대사는 “경기 운영 면에서 이보다 더 실망스러울 순 없다”며 “이렇게 엉망이 됐는데 누가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