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아무 때나 늘 발생하는 건 아닙니다. 가연성 물질과 온도와 산소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지요. 가연성(可燃性)이란, 불에 잘 탈 수 있는 성질을 말합니다.
불꽃의 타오르는 형태를 보면 옆이나 아래로 향하기보단 위로 훨훨 솟아오르는데 왜 이럴까요?
산소는 열을 받으면 팽창하지요. 팽창은 부피가 커진다는 말입니다. 부피가 증가했으니, 밀도는 감소합니다. 이건 상대적으로 가벼워졌다는 뜻입니다.
그럼 생각해보죠. 공기는 불꽃 가까이 다가갈수록 밀도가 작아지지요. 반면, 불꽃에서 떨어져 있는 공기는 데워지지 못해서 밀도가 상대적으로 큰 상태입니다. 이렇게 밀도가 작고 큰 공기가 어우러지게 되면, 밀도가 작은 공기는 밀도가 큰 공기에 떠밀리어서 떠오르게 되지요. 불꽃 주변에서 이러한 공기의 흐름이 이어지기 때문에, 불꽃이 위로 뾰족하게 솟아오르는 모양을 하는 것이랍니다.
화재가 발생하면 불이 역류하는 현상이 나타나곤 하지요. 예를 들어, 화재가 난 건물에 불꽃이 보이지 않아서 불이 다 꺼진 줄 알고 방문을 열었더니, 이게 웬걸 대형불꽃이 잡아먹겠다는 기세로 덮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불의 역류가 생기는 이유는 이렇답니다.
방에 불이 나면 그 안의 공기는 열을 받아서 뜨거워지지요. 그러면 공기의 운동에너지가 커지게 됩니다. 운동에너지가 커진다는 건, 쉽게 생각해서 이곳저곳으로 뛰어다니고 싶은 욕구가 증가했다고 보면 되지요.
불은 산소와 화학반응을 해서 생기지요. 그러니 방 안의 산소가 전부 다 탈 때까지 불꽃은 남아 있게 됩니다. 그러나 산소가 전부 탔다고 해서 방 안의 열기가 바로 사그라진 건 아니지요. 뜨거운 열기는 여전히 방 안에 남아 있습니다. 단지, 산소가 없어서 불꽃을 만들지 못하는 것일 뿐이지요. 그러니 방 안의 열기가 다 식을 때까지 차근히 기다려야 불꽃을 완벽하게 잡을 수가 있을 텐데, 공기가 채 식기도 전에 산소가 들어가면 어찌 되겠어요?
그래요. 불구덩이에 그야말로 기름을 붓는 격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불꽃을 피우기 위해서 산소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며 잔뜩 웅크리고 있던 열기는 방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밀려든 산소와 반응하며 무서운 기세를 밖으로 퍼뜨리는데, 이것이 불의 역류 현상입니다.
화재가 발생하면, 불 그 자체로 목숨을 잃는 것만큼이나 유독 가스에 의한 피해를 무시할 수가 없답니다. 불이 나면 공기는 급속히 줄어드는 반면 일산화탄소는 빠르게 증가하게 됩니다. 연탄가스가 말해주듯, 일산화탄소의 유해성은 치명적이지요.
어디 그뿐인가요? 산소는 부족하고 일산화탄소는 많아져서 숨을 쉬기조차 버거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장재와 단열재가 타면서 내놓는 다량의 유독 물질로 숨쉬기는 더욱 곤란해지지요. 그래서 불이 난 곳에서는 정상적으로 숨을 쉰다는 게 아주 힘든 것이랍니다.
(송은영 과학 칼럼니스트 eysong25@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