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간도(間島)협약이 무효’란 입장을 국정감사 자료집에 밝혔다가 자료집을 회수한 것이 조선일보< 13일자 A1면 >를 통해 알려진 데 이어 이 자료집에 ‘1941년 이전 중·일(中·日) 간의 모든 조약을 무효화’한 중·일 평화조약(1952년 체결)과 관련한 정부 입장을 밝히면서도 ‘간도협약은 원천 무효’라고 명기했던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외교부는 ‘국정감사 자료집 7권’에서 “1909년 청·일간 간도협약은 원천 무효라는 것이 우리정부의 입장인 바, 이는 1952년 중·일 평화조약과 별개의 차원에서 중·일 평화조약의 해석과는 무관하게 견지되고 있음”이라고 밝혔다. 1952년에 체결된 중·일 평화조약 이전에 맺어진 일체의 조약을 무효화한다고 규정한 것이 ‘간도협약’까지 무효화하느냐 아니냐를 둘러싼 해석과 상관없이 ‘간도협약은 원천 무효’란 것이다.

1929년 일본 사진집 ‘국경’에 수록된 백두산 정계비의 모습. 조선과 청의 국경을 ‘압록강과 토문강으로 한다’고 명기한 이 비석은 1931년 만주사변 당시 누군가에 의해 없어졌다.

외교부가 ‘간도협약은 무효’라는 입장을 국감 자료집에 밝혔다는 사실이 알려진 13일 외교부는 반기문(潘基文) 장관 주재 실국장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데 이어 조약국과 아시아·태평양국 관계자들이 수차례 모여서 대책을 논의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무엇보다 이 문제로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해서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간도협약은 무효라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이 국민들에게 알려져 좋은 측면이 있으나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 기회에 앞으로 간도협약이 무효라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고, 그에 반대되는 입장도 피력돼 관계자들 간에 논쟁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이규형 대변인은 이날 오전 10시30분에 이 문제에 대해 브리핑을 하기로 했으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더 깊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동을 걸었다. 그 결과 브리핑이 수차례 연기된 끝에 정부는 아무런 입장 발표를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