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차림새와 극단적 헤비메탈 사운드로 이름난 미국 밴드 슬립낫(Slipknot·사진)이 11월 7일 오후 5시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내한무대에 오른다. 이 공연은 메탈과 랩, 컴퓨터 믹싱, 맷돌로 자갈을 갈아내는 듯한 보컬까지 이른바 '뉴 메탈'의 전형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슬립낫의 특징은 우선 9명이나 되는 멤버. 드럼 외에 퍼커션이 두 세트나 더 있고, 기타가 두 명, DJ와 프로그래머가 각각 한명씩 있다. 이들은 모두 기괴한 가면을 쓰고 무대에 등장하는데, 섬뜩하고 흉측하기가 영화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 주인공이 울고 갈 정도다. 모두 고공낙하 때 입는 점프 수트를 입는다. 이들은 "사형수를 연상시키는 복장"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무대에서 이름 대신 0부터 8까지의 번호로 서로를 부른다. 0은 DJ 시드 윌슨, 8은 보컬리스트 코리 테일러 식이다. 팬들을 '구더기들(Maggots)'이라고 부른다. 지난 6월 내놓은 3집에는 '구더기들의 맥박'(Pulse of The Maggots)이란 곡도 있다.

이런 기괴함을 상징으로 택한 이유는 "촌동네 밴드에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은 록 음악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미국 아이오와주 데스 모인스 출신이다.

그러나 슬립낫이 겉모습으로만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다. 컴퓨터로 치밀하게 믹스된 현란한 기타 리프, 무려 세 명의 타악기 주자가 뿜어내는 산사태같은 리듬, 그리고 무엇보다 콘의 조너선 데이비스에 버금가는 코리 테일러의 강력한 보컬이 이들을 정상의 메탈 밴드 자리에 올려놓았다. 슬립낫은 매스컴의 도움은 거의 없이 이처럼 '헤비니스'(Heaviness) 그 자체인 공연으로만 성장해왔다. 퍼커션 주자 숀 크레이헌은 공연 도중 흥분 상태에서 드럼을 들이받아 머리가 찢어진 적이 여러 차례일 정도다.

슬립낫은 이번 무대에서 '굉장히 조금' 부드러워진 3집의 곡들을 여럿 들려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명반으로 꼽히는 1집과 상업적으로 성공한 2집 곡들도 기대된다. (02)3141-3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