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만들기'가 직장인들 사이에 유행하는가 하면, 서울대에 '부자 동아리'라고 하는 이색적인 동아리가 탄생하였다. 이 세상에서 부자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인생이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다. '작은 부자는 노력해서 될 수 있지만,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다. 큰 부자는 팔자에 타고 난다. 명리학(命理學)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명리정종(命理正宗)'을 찾아보면, 큰 부자가 되는 팔자는 따로 정해져 있다.
'식신생재격'(食神生財格) 팔자가 그것이다. '식신'이란 '베푸는 기질'을 뜻한다. 따라서 '베푸는 기질이 재물을 낳는다'는 말이다. 그 사람의 타고난 사주팔자가 식신생재격으로 되어 있으면, 큰 재물을 모을 수 있다고 해석한다. 이런 운명을 타고 난 사람은 손이 크다는 소리를 듣는다. 다른 사람에게 무엇인가 퍼주는 것을 좋아한다. 묘한 점은 무심코 베풀었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 큰 재물이 되어서 자기에게 '스리쿠션'으로 다시 되돌아온다는 사실이다. 물론 돌아올 때는 몇 배나 이자를 쳐서 돌아오기 마련이다.
현대의 고(故) 정주영 회장이 이런 팔자였다. 을묘(乙卯)년 정해(丁亥)월 경신(庚申)일 갑신(甲申)시. 태어난 날이 경금(庚金)이다. 태어난 달은 해수(亥水)로서 식신에 해당한다. 식신인 해수가 다시 을묘목(乙卯木)을 성장시킨다. 여기서 을묘는 재물이다. 금생수(金生水)에 이은 수생목(水生木)의 '스리쿠션'이다. 상대적으로 식신이 없는 팔자는 인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술집 카운터 앞에서 구두끈 만지작거리면서 계산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달리 설명한다면 먹기는 몽땅 먹는데, 배설을 못하는 상태와 같다고나 할까.
식신은 배설의 기능과도 같아서 식신생재격의 특징은 순환을 잘 시킨다. 상대방의 심리상태를 정확히 읽어내는 특기가 있는 것이다. 식당에서 음식을 시킬 때에도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메뉴를 고른다. 자기 중심이 아니면서 사고가 유연하다. 사고가 유연하다보니 인간관계가 좋고 기발한 아이디어도 많다. 인덕과 아이디어의 결합은 결국 돈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배설한 똥이 결국 밥이 되는 생태계의 순환법칙을 명리학에서는 '식신생재'로 표현한 셈이다.
(조용헌 goat135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