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조회 시간에 “선생님께 목례!”라고 하면 목으로 인사하는 것으로 알고 꾸벅 인사하는 학생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목례란 목례(目禮), 즉 눈으로 하는 예절입니다. 목이나 허리를 굽히지 않고 가볍게 눈짓으로 하는 인사입니다.
눈을 뜻하는 목(目)은 눈의 모습을 본떠서 만든 상형 문자입니다. 원래는 가로 모양이었지만 보기 좋으라고 90도 세워놓았습니다. 목(目)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대체로 눈과 관련됩니다.
‘주목(注目)’이란 말이 있습니다. 배움의 시절 “책 놓고 주목!”이라는 말씀을 입버릇처럼 하시던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주목이란 단어를 처음 들어본 학생들은 어리둥절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고 선생님께 내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주목은 주먹이 아닙니다. 주(注)는 ‘물을 끌어대다, 마음을 두다’는 뜻이니 주목이란 눈길을 한 곳에 모아 보는 것을 말합니다. 즉 시선을 집중하라는 뜻입니다.
실현하고자 하는 일을 목적(目的)이라고 합니다. 그대로 풀이하면 ‘눈의 과녁’입니다. 즉 눈이 나아갈 바를 향해 정해둔 과녁이란 뜻입니다.
과녁을 뜻하는 적(的)은 흰 백(白)과 국자 작(勺)을 합쳐 만든 글자입니다. 국자는 옛날 술이나 기름을 퍼낼 때 쓰는 도구라 생각하면 됩니다. 양을 잴 때 잘 보이도록 만든 흰 눈금이 과녁을 뜻하게 된 셈입니다.
사람은 목적이 분명해야 목표(目標)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목적 없이 인생을 살면 되는대로 살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맹목적(盲目的)’으로 살게 됩니다.
눈이 멀 맹(盲)은 눈[目]을 잃었다[亡]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맹목(盲目)이란 ‘눈이 멀다’, 즉 아무 분간없이 덮어놓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으므로 일정한 방향성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눈은 얼굴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얼굴 면(面)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얼굴[口] 안에 목(目)자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얼굴이나 체면을 면목(面目)이라고 합니다. 염치가 없는 짓을 하면 “면목을 들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는데 너무 부끄러워 상대방과 눈을 마주칠 용기가 없는 것입니다.
눈이 매우 중요하다보니 목(目)에는 눈이란 뜻 외에도 ‘우두머리’, ‘이름’의 의미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두목(頭目)이나 교과를 구분하는 과목(科目), 책의 앞머리에 쓰는 이름인 제목(題目)이란 단어는 그래서 생긴 것입니다.
(박수밀 한양대 국문과 연구 교수·'살아있는 한자교과서' 저자 david mi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