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고 농구부를 살려주세요.”
3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신일고 운동장. 총동문회 체육대회가 벌어진 이곳에서 이 학교 출신 농구인 20여명이 ‘농구부 해체 결사반대’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든 가운데, 창단멤버였던 충청대 서정범 교수가 삭발식을 단행했다.
이들이 무언의 시위를 벌인 이유는 학교측의 농구부 해체 방침 때문. 1970년 창단한 신일고 농구부는 임정명(전 삼성 코치) 김진(대구 오리온스 감독) 김태일(금호생명 감독) 김남기(연세대 감독) 등을 배출하며 10년 동안 31개 대회를 석권한 명문. 하지만 야구부에 집중하겠다는 학교 방침으로 지난 1980년 해체됐다. 정경구 현 감독 등 동문들의 노력으로 2001년 3월 재창단의 결실을 이룬 이후, 매년 전국대회 8강 이내 성적을 올리며 졸업생 100% 진학의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학교측은 최근 재정문제를 이유 삼아 3년 만에 재해체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동문들은 학교측 지원없이 동문회 자체 예산으로 농구부를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학교측은 삭발식 이후 ‘일시 해체’라며 양해를 구했다.
이날 삭발을 한 서정범 교수는 “지난번에도 일시 해체가 20년이나 계속됐다”며 “후배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라 마음이 터질 것 같다”고 눈물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