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체첸반군이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 북오세티야 자치공화국 내 베슬란의 한 학교에서 풀려난 여성 인질이 어린 아이를 안은 채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인질범들은 이날 오후 어린이와 여성 등 26명의 인질을 풀어줬다.

러시아 북오세티야자치공화국 내 학교 인질극 사흘째인 3일 러시아 정부 협상팀은 밤새 다양한 경로로 인질범과의 대화시도에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인질범들은 정부군의 진압작전에 대비, 인질들 사이에 여성 자폭 테러범들을 배치해 놓고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인질로 붙잡혔다 풀려난 잘리나 잔다로바(27·여)는 학교 안에 “300명이 아닌 1500명의 인질이 있다”고 전했다. 또 인질범들이 일체의 음식물 반입을 거부하는 바람에 현재 인질들은 학교에서 수돗물만 마시며 버티고 있다고 석방 인질들은 말했다. 이 때문에 극도의 긴장상태에 빠진 인질들 가운데에서 탈진자와 사망자가 나오지 않을까 인질가족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익명의 한 석방자는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어린이들은 매우 겁에 질려 있으며, 이들이 울기 시작하면 인질범들은 허공에 총을 마구 쏘아대며 울음을 그치라고 윽박지르고 있다”고 전했다.

일간 코메르산트는 2명의 여성 테러리스트들이 지난 1일 학교 복도에서 자폭, 함께 있던 여러명의 남성 인질들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일간지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도 3일 학교에 있던 인질들 가운데 20여명이 사망했으며 이들의 사체는 학교 인근 철로에 방치돼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석방된 인질들을 상대로 인질범들의 특징 등을 파악하는 등 진압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인질들이 워낙 많아 작전 전개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연방보안국(FSB)의 한 관리는 전했다.

한편 체첸 반군 지도자인 아슬란 마스하도프는 학교 인질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런 조건없이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그의 대변인이 2일 전했다. 아흐메드 자카예프 대변인은 AFP통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인질석방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루슬란 아우셰프 전 잉구셰티야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자소호프 북오세티야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같은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정병선특파원 bsch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