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체조복에 촘촘히 박혀 있는 반짝이가 조명에 반사될 때마다 그녀의 연기는 더 빛이 났다. 24일 새벽(한국시각) 아테네 인도어홀에서 열린 여자 기계체조 종목별 결승. 루마니아의 에이스 카탈리나 포노르(17)가 무대에 올랐다. 10㎝ 폭의 평균대에서 보여준 공중회전과 비틀기 동작엔 흔들림이 없었다.
온몸을 비튼 후 뒤로 두 바퀴 돌며 완벽한 착지를 하자 관중석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전광판에 새겨진 점수는 9.787. 그때까지 최고 점수. 이어질 미국의 신예 칼리 패터슨(16)의 점수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금메달의 주인공이 가려지게 됐다. 패터슨은 고난도인 ‘아라비안 더블(반 바퀴 비틀어 공중에서 2바퀴 도는 동작)’을 자신있게 선보였지만 도약에서 약간의 실수가 있어 9.775로 마감했다.
카메라 플래시가 포노르를 향해 터지기 시작했다. 또 다른 체조 요정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18일 열린 단체전에서 팀을 올림픽 2연패로 이끈 포노르는 평균대에서 패터슨을 0.012차로 2위로 밀어내고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다.
카메라 플래시는 한 시간 뒤에 또 터졌다. 이어 열린 마루에서 그녀는 9.750을 기록, 팀 동료 다니엘라 소프로니(9.562)를 가볍게 누르고 아테네 올림픽 체조 첫 3관왕에 올랐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평균대, 마루에서 2위에 오르며 이름을 알린 포노르는 지난 5월 열린 유럽선수권 같은 종목에서 1위를 해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었다. 포노르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영광을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