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피아가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라면 아테네의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은 근대 올림픽의 요람이다. 1896년 3월 부활절의 일요일 아침, 그리스 왕과 초대 올림픽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6만여명 규모의 이 경기장에서 제1회 올림픽의 개최가 선언됐다.
10일(한국시각) 그리스 올림픽 조직위(ATHOC)가 세계 각국의 취재진에 경기장을 개방했다. 마라톤의 결승점이자 양궁 경기장으로 쓰일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은 올림픽 개막을 불과 3일 앞두고 대회 진행요원과 자원봉사자들의 최종 점검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경기장은 초대 올림픽을 치른 뒤 일반 시민들을 위한 체육시설로 전환됐다가 1년 전부터 개조 공사에 들어갔다. 미디어 담당 이오아니스 마리오스 파파풀로스(29)씨는 “11일까지 모든 작업을 마친다는 목표로 하나씩 체크 중”이라며 “올림픽이 끝나면 다시 시민 체육시설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장 전면에는 역대 올림픽을 치른 개최 도시가 두 개의 대리석 판에 나란히 적혀 있었다. 첫 번째 판의 맨 아래쪽에 ‘1988년 서울’이라는 문구가 써 있었다. 서울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첫 번째 판이 모두 채워지고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새로운 판에 옮겨적고 있었다. 이번 올림픽이 끝나면 아테네는 두 번째로 자신의 이름을 이 대리석에 올리게 된다.
경기장 안쪽에는 사람의 머리가 새겨진 흰 대리석 기둥이 서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길거리 곳곳에 세워져 이정표로 쓰이던 ‘전령과 체육의 신’ 헤르메스의 기둥이다. 이 기둥 위쪽에는 양면으로 두 개의 얼굴이 조각돼 있다. 관중석을 바라보고 있는 얼굴이 젊은이, 경기장과 접해 있는 얼굴은 장년이다.
젊은이의 얼굴 아래 부분에는 풀이 죽어 있는 남성의 성기가 조각돼 있는 반면, 거꾸로 장년의 기둥에는 힘차게 서 있는 성기가 새겨져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운동을 결코 게을리 하지 말라’는 교훈을 전달하는 것만 같았다.
기원전 330년 전차와 경마 경기가 열렸던 이곳은 기원후 144년 헤로데스 아티쿠스의 기부로 대리석 관중석이 건립됐다. 지금도 모든 관중석이 흰색 대리석으로 만들어져있어 ‘칼리마마로(멋진 대리석)’로도 불린다.
2000여년 뒤인 1895년 초대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을 때에도 경기장 재건에 필요한 비용을 그리스인 갑부 아베로프가 전부 부담했다. 이 경기장에는 스포츠에 대한 진정한 후원 정신이 깃들어 있기도 하다.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은 오는 18일부터 한국의 ‘메달 밭’으로 변한다. 18일 밤 윤미진·박성현·이성진 등 양궁 여자 개인을 시작으로 19일 남자 개인의 장용호·임동현·박경모, 20일 여자 단체팀, 21일 남자 단체팀이 금메달을 수확하기 위해 차례로 출격한다. 마지막 날인 30일 새벽에는 이봉주가 월계관을 쓰기 위해 마라톤 결승점인 이 곳으로 질주해온다.
경기장을 모두 둘러본 뒤 파파풀로스씨는 “한국이 이곳에서 메달을 모두 가져가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기자는 “올림픽이 시작하면 자주 만나게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제 한국이 올림픽의 요람을 접수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