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수업’은 착한 영화다. 요즘 한국영화 흥행의 3요소라는 폭력과 섹스, 욕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스크린 안에서는 사제서품까지 한 달을 남긴 바른생활 신학생의 도덕률과 겉으로만 발칙한 천방지축 처녀의 선한 내면이 행복한 화학 작용을 일으킨다. 더구나 그들은 현재 한국 영화 관객 동원력에서 최강의 조합이라는 권상우와 하지원이다. 그런데 거기까지. 이 영화는 단지 착하기만 하다. 대중영화라기보다는 선교영화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일등급 모범신학생’과 ‘못말리는 자매님’의 연애라는 설정은 사실 자극적이다. 한 달 후면 서품을 받는 모범신학생 규식(권상우)은 한순간의 실수로 ‘영성강화훈련’차 시골 성당으로 ‘유배’된다. 그곳에는 성당 주임 신부(김인문)의 날라리 외조카 봉희(하지원)가 ‘알바’를 하고 있다. 애인에게 청혼했다 거절당하고, 미국으로 돌아갈 비행기표 값을 버는 중이다. 규식은 이 ‘애물단지’가 세례를 받도록 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그런데 점점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마음이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여관방 벽에 붙어 있는 핀업 걸 사진의 가슴과 엉덩이에 매직으로 옷을 그려넣는 신학생 권상우의 표정은 여전히 풋풋하고 매력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강력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던 그의 육체는 이 영화에서 철저하게 거세됐다. 목젖부터 발목까지를 단추로 꽁꽁 채워버린 흑빛 수단(신학생복)은 그의 가장 매력적인 무기를 ‘밀봉’해 버렸고, 관객은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일절 노출 없는 권상우를 목격한다. 이소룡의 근육에 합체되어 있던 가냘픈 마스크에 열광하던 관객은 절반만 남아있는 권상우를 보며 혼란스럽고, 이제 그 둘이 분리될 수 없는 희귀한 매력이었음을 새삼 확인한다. 사제 서품식에서 “이 독신(獨身)을 종신토록 지키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권상우에게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면서도, 2시간 가까운 상영시간을 연기만으로 장악하기에는 그에게 아직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상반기 화제작 ‘내사랑 싸가지’와 SBS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잇따라 “비천하지만 생명력 강한” 캐릭터를 구축해왔던 하지원은 이번 작품에서도 자신이 쌓아놓은 이미지를 반복해 소비한다. 작취미성 상태로 권상우의 얼굴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고, 성당에 놓여있는 성수를 벌컥벌컥 들이켜는 에피소드에 이르면 이제 그 이미지의 유통기한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오히려 “여자를 구원하는 게 우선”이라고 믿는 신학교의 ‘못된 친구’ 신선달(김인권)과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에서 공효진의 ‘싸가지’ 없는 동생으로 나왔던 깻잎소녀(전혜진)의 ‘불량 연기’가 신선하다. 또 규식과 선달, 봉희가 서울서 내려온 신학생들과 어울려 발랄한 춤과 함께 선보이는 성가대의 공연장면은 이 영화의 몇 안 되는 유쾌한 순간 중 하나다. 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