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11일 현행 형사법정에서 피고인과 변호사 간의 거리가 너무 멀어 피고인이 실제 변호사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외국처럼 변호사가 피고인 가까이 앉도록 법정 내 좌석 배치를 바꿀 방침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피고인과 변호사가 가까이 앉도록 법정 좌석을 재배치한다는 원칙 아래 각국의 법정 구조에 대한 자료를 입수, 장·단점 등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법정에서는 현재 피고인이 판사와 정면으로 마주보게 돼 있다. 변호사 자리는 피고인 오른쪽에, 검사 자리는 피고인 왼쪽에 각각 3m 이상 떨어져 있다. 이런 자리 배치는 “검사의 좌석은 변호인의 좌석과 대등하며, 피고인은 재판장의 정면(正面)에 정좌(正坐)한다”는 형사소송법 제275조에 따른 것이다. 지난 54년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크게 바뀐 적이 없는 우리나라 법정의 모습이다. 이는 일제시대 법정 모습과 비슷한 형태다.
그러나 정작 일본의 피고인 자리는 변호사 코 앞이다. 고개만 돌리면 변호사의 얼굴을 보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피고인과 변호사는 판사가 아니라 검사와 마주보고 앉는다. 피고인은 판·검사의 심문을 받을 때만 중앙의 증인석으로 나간다. 일본의 현재 법정 구조는 2차대전 직후 미(美) 군정이 “변호사와 피고인의 거리가 너무 멀다”며 바꾼 것이라고 한다.
독일은 피고인과 변호인이 나란히 앉아 검사를 마주보고 공방을 벌인다. 미국의 피고인은 변호사를 대동한 채 검사와 나란히 앉아 판사를 바라본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판사나 검사의 질문에 무심코 ‘예’라고 대답했다간 잘못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며 “우리와 법률체계가 비슷한 독일식 또는 일본식으로 조만간 법정 자리를 재배치할 계획이며, 비용은 크게 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