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을 웃기고 따뜻한 감동을 전하려 또다시 아낌없이 싹뚝.'
남들은 연기를 위해 옷을 벗지만 그는 머리카락을 벗어(?) 버린다. 평생 한번 할까말까한 삭발만 벌써 세번째. 아무리 영화 출연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이쯤되면 '몸짱'이 아닌 '두(頭)짱' 수준이다.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등 직장인들의 비애가 담긴 단어들이 유행하기 시작한 지난해, 영화 '황산벌'에서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란 말로 뭇사람들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든 정진영이 갑옷을 벗고 승복을 차려 입었다. 지난 2001년 개봉해 400만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던 '달마야 놀자'의 두번째 이야기로 9일 개봉 예정인 '달마야, 서울가자'(감독 육상효, 공동제작 타이거 픽쳐스, 씨네월드)에서 청명 스님으로 다시 한번 관객 앞에 나선 것.
◆달마가 서울로 간 까닭은?
전편에서 산사를 꿋꿋이 지켰던 '청명' 스님은 '현각'(이원종), '대봉'(이문식) 스님과 함께 속세를 찾는다. 그것도 '눈 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서울.
딱히 중생을 계도하거나 구도 수행을 위한 '하산(下山)'은 아니지만 빚으로 인해 도심 사찰이 건달들에 의해 '접수'되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어 서울에서 좌충우돌 망가지며 절을 지켜낸다는 이야기.
하지만 건달과의 '맞짱'을 위해 출가자의 계율은 잠시 '익스큐즈'된다.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며 심지어 폭탄주도 불사하는 것. 정진영은 여기서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봐'라는 전영록의 '불후의 명곡'을 불러제낀다. 진짜 술은 아니지만 음주 연기도 실감난다.
그렇다면 실제 '음주가무' 수준은? "댄스와 랩을 제외하곤 왠만하면 소화된다"는 게 그의 평. "술은 오래오래 마시지만 양은 글쎄요?" "스님이 거짓말 하시면 안 되는데~."
◆달마가 우주까지 갈 것인가?
상종가 조연인 이원종, 이문식과는 '~놀자'와 '황산벌'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이제는 눈빛만으로 호흡을 척척 맞추며 웃음보따리를 한껏 풀어놓는다. 정진영을 필두로 한살 터울씩으로, 세 편 모두 상대 여배우 하나 제대로 없지만 남자끼리도 재밌단다.
지금 기세라면 의기투합해 '달마야, 외국 가자'뿐 아니라 우주까지 진출할 태세. 하지만 이미 '청명' 스님의 캐릭터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 배우로서 연기하기에는 쉽지 않았을 터. "'달마 시리즈'로 나간다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텐데. 거 쉽지 않을 것 같네요.(웃음)"
돈과 보시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재밌고 따뜻한 인간 이야기뿐만 아니라 로또복권과 부동산은 당연히 등장한다. "이번 촬영을 하면서 로또를 처음 사봤죠. 근데 전 횡재수와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같아요." 인생은 운 보다는 정직한 땀에 달려 있다는 불혹을 넘긴 정진영의 다음 작품 '왕의 남자'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스포츠조선 남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