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8일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크렘린궁 분수대 주변에서 젊은이들이 즐겁게 물장난을 치고 있다. 정병선기자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도 봄이 왔다. 지난 9일 올 들어 첫 비가 내렸다. 시민들은 봄비를 무척이나 기다렸다. 우산을 받쳐 들지 않고 비를 맞으며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눈에 익숙한 모스크비치(모스크바 사람)들에게 비는 봄의 상징이다.

이날 모스크비치들은 일제히 교외 다차(주말별장)로 향했다. 교외로 나가는 길목은 곳곳에서 정체를 빚었다. 다차에 뿌릴 꽃씨와 채소 종자는 기본 휴대품. 차량마다 비닐 하우스용 비닐과 집 수리용 도구 등을 차에 가득 싣고 있었다.

이들은 이제 새 겨울이 올 때까지 주말만 되면 다차에서 일도 하고 휴식도 취한다. 8일에는 크렘림궁 주변과 모스크바 시내 분수들도 일제히 가동됐다. 크렘린궁 앞 마네지광장 분수대가 물을 뿜자, 주변에 몰려들었던 수많은 시민들이 환호했다. 물속으로 뛰어드는 사람까지 있었다.

모스크바의 봄은 해와 더불어 시작된다. 겨우내 해보기가 힘든 곳인지라 해가 나기 시작하면 시민들은 본능적인 반응을 보인다. 요즘 낮기온이 섭씨 5~10도 사이인데도 성급하게 선탠을 즐기기도 한다. 이달 들어 모스크바 강가 등에서는 선탠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러시아 보건성에 의하면 4월에는 감기 환자들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로 알려졌다. 봄의 문턱에서 봄을 한시라도 앞서 맞으려는 시민들의 의욕 때문이다. 모스크바의 봄은 세계에서 가장 더디고 늦게 찾아온다. 그만큼 봄을 기다리는 모스크비치들의 심정은 애가 탄다.

(모스크바=정병선특파원 bsch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