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의 하위 분야인 역사심리학에선 한 인간의 이상 성격과 이상 행동이 유년기의 정신적 상흔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할리우드 연쇄살인 스릴러 ‘테이킹 라이브즈’(Taking Lives·15일 개봉)가 후반에 드러내는 범인 실체는 이 이론의 확인이나 다름없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연쇄 살인 스릴러‘테이킹 라이브즈’.

사건 발생지는 캐나다 몬트리올. 시내 한복판 건설 현장에서 끔찍한 피살체가 발견되는 것을 시작으로 살인이 이어진다. 현지 경찰로는 힘이 부치자 FBI 여수사관 일리아나 스콧(안젤리나 졸리)이 투입된다. 직관으로 수사하는 그녀는 ‘범인은 발로 뛰면서 잡는 것’이라 믿는 현지 경찰관들과 마찰을 빚으며 범인과 팽팽한 게임을 벌인다. 마침내 드러난 범인은 사랑 못 받고 성장한 사내인데, 여수사관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인물이어서 복잡한 소용돌이를 만든다.

‘테이킹 라이브즈’는 ‘양들의 침묵’ ‘한니발’을 곁눈질한 듯한 영화다. 마이클 파이의 원작 소설에도 없는 여자수사관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부터가 조디 포스터를 의식한 흔적이 느껴진다. 대신 여수사관이 목격자 제임스 코스타(에단 호크)에게 뜻하지 않게 끌려 혼란스러워한다는 이야기로 새로운 양념을 친다.

할리우드가 ‘툼 레이더’의 글래머 안젤리나 졸리를 괜히 캐스팅했을까. 드라마 속 그녀의 캐릭터란 ‘차가운 감각의 명수사관’이라지만 입술 도톰한 졸리의 능력은 날카로움을 표현해야 하는 대목보다는 ‘아찔한’ 러브신에서 한껏 드러난다.

‘테이킹 라이브즈’는 좋게 말하면 연쇄 살인 스릴러의 공식에 충실한 상업영화이고, 깎아내리자면 어디선가 본 듯한 스릴러 요소들을 안젤리나 졸리-에단 호크 버전으로 재포장한 영화다. 일정 몫의 기대를 채우는 액션 스릴러인데, D.J. 카루소 감독의 두뇌 게임은 일급 스릴러들에 비하면 평범한 수준. 음식으로 치면 재료들의 어울림에 신경 쓴 정찬이지만, 혓바닥을 놀라게 하는 별미는 아니다.

(김명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