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공격적인 랩의 ‘원조’ 격인 힙합 뮤지션 조PD(28·본명 조중훈)가 다섯 번째 음반을 내놓았다. 이름도 얼굴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그가 인터넷에 ‘브레이크 프리(Break Free)’란 곡을 올려놓아 데뷔까지 이르게 된 것이 벌써 6년 전의 일이다.
그는 이번에 두 장의 음반을 한꺼번에 발표했다. ‘그레이트 익스펙테이션(Great Expectation)’이란 제목 아래 ‘파트 1’과 ‘파트 2’로 이뤄져 있는데, 두 장짜리 음반이 아니라 각각 떨어져 있는 앨범이다. ‘파트 1’은 라디오에 나올 법한 곡이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 과격한 가사로 구성됐다. 다만, ‘파트 2’가 그의 음악적·감성적 변화를 보여준다. 그는 특히 타이틀곡 ‘친구여’를 인순이와 함께 불러 유연하고 성숙했음을 드러낸다.
“처음 연락왔을 때는 솔직히 망설였어요. 그는 가사가 너무 강하고 비판적이잖아요. 그래서 일단 가사를 보자고 했어요. 그랬는데 곡을 들어보니까 정말 좋은 거예요. 그래서 함께하게 됐죠.”(인순이)
“예전부터 인순이 선배님과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실력 있고, 목소리도 좋은 여자가수라고 생각하거든요.”(조PD)
두 사람이 함께 부른 ‘친구여’는 펑키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솔 곡이다. 조PD 특유의 ‘혀 짧은 듯한’ 랩과 인순이의 화려한 가창력이 잘 어울려, 음반 전체의 엔진 역할을 한다. 인터뷰가 이뤄진 지난 16일 방송 녹화장에서 들어본 라이브에서는 그 흥겨움이 한층 더 살아났고, 방청석 모두 일어나서 환호하는 반응을 끌어냈다.
조PD의 새 음반은 예전의 작품들보다 한층 밝아진 느낌이다. “제 생활이 밝아진 거겠죠. 이전에는 작업실에서 음악만 했어요. 이번 ‘파트 1’도 1년 동안 작업실에 처박혀 만든 음반입니다. 아무래도 여자친구를 사귀고 바깥에 많이 다니니까 음악도 밝아지는 것 같아요.” 그는 “6개월 된 여자친구가 있다”고 했다.
“‘조PD는 비판적이다’는 틀이 제게 씌워져 있는 상황에서 음악하는 데도 부담이 많았어요. 이번 음반은 1집 내놓을 때처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자 해서 만든 거예요.”
그는 자신의 랩 스타일에 대해 “단어 하나하나에 각을 세우다 보니 좀 낯설게 들릴 수 있다”면서 “그래도 예전보다는 발음이 많이 좋아진 편”이라고 했다.
그의 새 음반에는 샘플링이 많이 들어가는 힙합의 묘미가 군데군데 번뜩인다. 영국의 옛 록밴드 ‘애니멀스’의 명곡 ‘더 하우스 오브 더 라이징 선(The House of The Rising Sun)’을 따온 ‘일탈’이나, 서태지의 ‘컴 백 홈’에서 ‘터질 것 같은 내 심장’ 부분을 재치있게 인용한 ‘쇼 머스트 고 온(Show Must Go On)’ 같은 곡이 도드라진다. 그는 “‘파트 2’를 먼저 들은 분들이 ‘파트 1’까지 궁금해져서 듣게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TV 음악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나갈 생각이에요. 제가 너무 오랫동안 방송과 타협을 안 하면서, 이미지도 한쪽으로 치우친 면이 있습니다.” 그는 라이브 전문 프로그램뿐 아니라 순위 프로그램에도 나갈 계획이다. “일단 제 음악을 알려야죠. ‘얼굴 없는 가수’ 이미지는 이제 벗으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