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미국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첫주 주말 3일 동안만 8300만달러(약 990억원)를 벌어들이는 등 개봉 첫주에만 1억2500만달러(1438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 성적은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를 앞지른 숫자. 개봉 2주째에는 흥행 수입이 2억달러(약 2300억원)를 넘어섰고 앞으로 어디까지 질주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영화를 둘러싼 조건들을 생각하면 이런 열풍은 그야말로 기적이다. 멜 깁슨이 이 영화를 만든다고 밝혔을 때, 메이저 투자사들은 모두 고개를 돌렸고 결국 깁슨은 사재를 터는 등 개인적으로 2500만달러(288억원)의 제작비를 댔다.

영화는 최후의 만찬을 마치고 게세마네 동산을 찾은 예수가 사탄의 유혹을 물리친 뒤 유다의 배신으로 붙잡히는 데서 시작된다. 예루살렘의 로마 총독 본티오 빌라도는 이 유태인을 어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군중에게 사형수 바라바와 예수 중 누구를 살려주겠느냐고 묻는다. 군중들은 바라바를 선택한다.

예수는 로마 병사들에게 처절하게 채찍질당한 다음, 군중의 광란 속에서 골고다 언덕으로 십자가를 끌고 가 못박힌다. 예수는 여기서 아버지가 자기를 버렸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신의 아들로서 죽어간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만 R등급(미성년자 관람불가)을 받을 정도로 고문과 십자처형을 사실적으로 다루는 바람에 또 한번 화제가 만발했다. 첫날 미국 캔자스 주 위치타에서 이 영화를 본 56세의 페기 스코트는 잔혹한 장면들에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또 영어로 발성되지 않는 영화로는 흥행 1억달러 고지를 넘어선 첫번째 영화가 됐다. 깁슨은 이 영화를 라틴어와 아람어로만 촬영한 뒤 자막도 넣지 않을 계획이었지만 마지막 편집때 주위의 설득으로 영어 자막을 넣었다.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일단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비롯한 대다수 성직자들은 이 영화의 내용에 합격점을 내렸지만 많은 식자들은 이 영화가 유태인들을 '자신들의 구세주인 예수 그리스도를 로마인들에게 죽게 한 사람들'로 그려 반유태주의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4월 2일 국내 개봉때는 과연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수입사인 20세기폭스는 "종교 문제다 보니 신중을 기하기 위해 공동번역 성서를 참조하는 한편 신-구교파의 여러 성직자들에게 자문을 거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