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하 조선은 1937년 중일전쟁(中日戰爭) 발발 전까지 국내 생산 및 지출이 연(年) 약 4%의 높은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의 경제 상황에 대한 정밀한 종합적인 통계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제가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를 개최한 뒤 달라진 경복궁의 모습. 조선총독부가 이런 행사를 개최한 것은 조선이 식민지가 된 후 크게 발전했다고 선전하고 일본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낙성대경제연구소(소장 이영훈 서울대교수) 주최로 지난달 27일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의 장기 경제통계(Ⅱ)-식민지기의 GDP와 GDE’에서 결론 부분을 발표한 차명수 영남대 교수(경제학)는 ‘조선총독부 통계연보’를 비롯한 일제시대의 각종 자료를 이용하여 1912~1937년까지의 국내총생산(GDP), 국내총지출(GDE), 경제구조 변화 등에 대한 추계를 제시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일제시대 경제의 성격을 둘러싸고 학계에서 벌어졌던 논쟁을 재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일제시대 고도 성장이 이루어졌다는 분석은 일제가 한국의 근대화를 주도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차명수 교수는 “이번 통계는 자료를 구할 수 없는 중일전쟁 이후 부분은 빠진 것으로 일제시대 전체에 대한 평가는 아니지만 1920·30년대의 경제 성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일제시대의 경제 통계는 미조구치 도시유키(溝口敏行) 히로시마경제대학 교수가 1988년 작성한 것이 유일한 것이었다.

차 교수에 따르면 이 기간 연평균 실질 GDP는 4.10%, 실질 GDE는 4.24%의 성장을 나타냈다. 이런 수치는 미조구치 교수가 추정했던 연평균 실질 GDP 성장률 3.81%, GDE 성장률 4.01%보다도 약간 높은 것이다. 이런 성장률은 같은 기간 유럽(1%대)과 일본·미국(3%대)에 비하면 더 높은 것이다. 이 기간 인구 성장률이 연평균 1.61%였던 점을 고려하면 1인당 생산 성장률은 약 2.4%를 기록했다.

식민지 조선의 경제구조는 이 기간 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1차산업이 1911년 75%에서 1930년대 말 45%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2차산업(광공업)과 3차산업(서비스업)은 각각 7%에서 22%, 18%에서 33%로 증가했다. 광공업과 서비스업은 1920년대는 물론 세계적으로 대공황의 타격을 받은 1930년대 초반에도 꾸준히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