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조직을 의미하는 ‘마피아(Mafia)’라는 말은 원래 ‘아름다움’이나 ‘자랑’을 뜻하는 시칠리아 말에서 나왔다. 마피아라는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소설가 마리오 푸조가 66년 출판한 ‘대부(The Godfather)’ 덕분이다. 이탈리아계 갱 두목 ‘돈 콜레오네’ 집안의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전 세계적으로 2100만부 이상이 팔려 나갔다.
마피아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선 범죄조직이 아니라, 정부 관료들의 ‘조직 이기주의’를 뜻하는 말로 의미가 바뀌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재정경제부 관료들의 조직 이기주의는 ‘모피아’(옛 재무부의 영문 약칭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라고 불릴 정도다.
재경부 현직·퇴직 관료들이 똘똘 뭉쳐 선후배 간에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하는 것이 마피아에 버금간다는 뜻이다. 실제로 재경부는 1·2급 고위직을 지낸 선배들에게 국책은행장, 금융협회장 등을 맡겨 돌아가면서 10~15년씩 더 버틸 수 있도록 뒤를 봐줘 왔다.
일본에서도 재무성(옛 대장성)이 퇴직 관리들을 산하 공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낙하산’을 태워 내려보내는 일이 많았다. 일본에선 이를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뜻으로 ‘아마쿠다리(天下り)’라고 부른다. 그러나 ‘한번 들어가면 정년이 없다’는 비아냥 소리를 듣던 재무성 관료들도 몇 년 전부터 여론의 비난에 쫓겨 요즘은 추풍낙엽 신세가 돼 가고 있다.
미국에선 리볼빙 도어(revolving door·회전문 인사)라는 말이 있다. 교수나 기업인들이 행정부나 의회에 진출했다가 다시 대학이나 기업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가리킨다. 부시 행정부의 돈 에번스 상무장관은 석유가스회사 CEO 출신이며,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했던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은 월가 출신이다.
‘리볼빙 도어’를 타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장(市場)에서 검증을 거친 전문가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점은 평생 ‘시장’과는 담을 쌓고 지내던 ‘관치(官治)’ 전문가를 힘으로 시장에 밀어넣는 우리 시스템과는 반대다.
청와대가 최근 금융계 주총 시즌을 앞두고 재경부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를 규제하겠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사실 한국 금융산업의 가장 큰 병폐로 꼽히는 ‘관치금융’의 잔재도 재경부 전·현직 관리들이 금융기관들을 주무른 데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하긴 ‘모피아’ 대신 청와대가 친(親)정부 인사를 낙하산에 매달아 직접 내보낸다면 그것도 병폐이긴 마찬가지다.
(송양민·논설위원 ymso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