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늘게 찢어져 치켜올라간 눈매, 툭 튀어나온 입술. ‘아큐’의 얼굴은 천연덕스럽고 고집스러워 보이는 게 연민마저 느끼게 한다. 중국 최고의 문필가이며 사상가였던 루쉰(1881~1936)의 대표작을 10대들의 눈높이에 맞게 펴낸 책. 신해혁명(1911년)을 전후한 중국 농촌을 배경으로 하층민 아큐의 삶을 전기 형식으로 쓴 소설이다.
웨이좡 마을에 사는 아큐는 자신의 정확한 이름도 모르는 채 살아가는 날품팔이다. 동네 사람들에게 번번이 무시당하고 두드려맞으면서도 허세를 부리는 그는 자신의 억울함을 터무니없는 논리로 합리화하고 거짓으로 위로할 만큼 어리석다.
그러던 차에 혁명의 바람이 불고, 아큐는 혁명당원이 되기로 마음을 먹는데, 이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마을에서 존경받아온 짜오 영감 집을 약탈한 범인으로 지목돼 형장으로 끌려가는 아큐. 죽음의 직전에도 그는 궤변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살다 보면 목이 잘리는 일도 생기겠지.’ 처형의 순간에야 비로소 처절히 터져 나오는 아큐의 절규는 눈물겹다.
부모가 함께 읽으면 더욱 좋다. 작품의 배경이 중국 최초의 민주주의 혁명으로 불리는 신해혁명 전야란 점을 비롯해 중국 현대문학의 출발로 여겨지는 이 작품이 담고 있는 당시 중국의 사회상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과거에 대한 근거없는 향수, 자기 비하와 패배주의, 약자에 대한 분풀이…. 비단 그 시대, 중국 사람들에게만 나타났던 병증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