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경기, 200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박찬호(31ㆍ텍사스 레인저스)가 밝고 자신있는 모습으로 올시즌 목표를 밝혔다. 21일(이하 한국시간) 훈련 첫날부터 곧바로 불펜 피칭을 소화, 캠프에 등록한 32명의 투수들 중에 가장 진도가 빠름을 입증한 박찬호는 훈련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이날 오렐 허샤이저 투수코치가 바로 곁에서, 그리고 벅 쇼월터 감독이 포수 뒤쪽의 철망 뒤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피칭을 했다. 예년 같으면 캠프 입소 시기의 몸 상태는 70% 정도. 그러나 박찬호는 "몸 상태가 이미 90% 정도에 이르렀다"고 밝혔고, 이를 증명하듯 50개가 넘는 위력적인 공을 뿌렸다. 박찬호는 15분간 52개의 공을 던졌는데, 초반에는 직구 위주의 피칭을 하다가 중반을 넘어서며 커브와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구사했다. 과거 다저스 시절의 하이킥과 역동적인 투구 동작을 다시 선보이자 허샤이저 코치와 쇼월터 감독은 대단히 만족해하는 눈치였다.

22일에도 박찬호는 수비 훈련과 러닝 등 강도높은 훈련을 소화했는데, 그에 대한 구단의 의존도가 더욱 커질 수 있는 사건도 이날 발생했다. 돌아온 노장 케니 로저스가 허벅지 근육(햄스트링) 부상을 한 것. 구단은 며칠 쉬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박찬호가 레인저스 이적 직후부터 곤욕을 치른 것이 바로 허벅지 근육부상이었음을 생각하면 낙관적인 상황은 아닌 듯하다.

현재 레인저스의 선발 로테이션 5자리 중에 박찬호와 로저스만이 확실히 자리를 굳히고 있다. 그런데 로저스가 부상으로 쓰러진다면 박찬호는 홀로 젊은 로테이션을 이끌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상황은 급변하고 있지만 박찬호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물론 낙관은 아직 이르지만 스타트는 아주 좋다.

박찬호는 스프링 캠프의 첫날인 21일(한국시간) 불펜 피칭까지 거뜬히 마쳐 예년보다 훨씬 빠른 페이스를 과시했다. 첫날 훈련을 마친 박찬호는 현지 언론과 한국 언론을 상대로 각각 인터뷰를 했다.

<b>전성기투구폼 OK</b> 텍사스 박찬호가 전성기때 보여준 하이킥과 파워넘치는 투구폼으로 스프링캠프 첫날 불펜피칭을 하고 있다. 전성기였던 LA 시절 모습과 같이 왼 무릎이 가슴까지 올라오는 하이킥(왼쪽 두번째). 몸의 무게 중심이 오른쪽으로 완벽하게 실린 상태(왼쪽 세번째) 튼실한 하체를 바탕으로 몸을 낮게 끌고 나오는 릴리스 자세 4회전력을 최대한 이용해 공을 힘차게 뿌리는 피니시 동작(왼쪽 네번째)

◆ 박찬호 인터뷰

-훈련 첫날부터 불펜 피칭까지 했는데.

▶첫날을 위해 준비를 많이 했지만 아무래도 조심스러웠다. 컨디션이나 건강 상태가 너무 좋아, 의욕이 앞서지 않도록 했다. 마음 같아서는 더하고 싶었지만 자제했다.

-예년에 비해 페이스가 빠른데.

▶당연한 것 아닌가. 작년 6월 이후 실전에서 공을 던지지 못했다. 예년 같으면 이맘때 70% 정도의 컨디션이었지만 현재는 90% 정도다.

-허리 상태는.

▶내가 어떻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경기 결과로 말해주는 것이 더 정확하고 진실될 것이다.

-자신감은 되찾았나.

▶자신감은 현실 상황을 받아들일 때 생긴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자신 있다. 최고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다.

-올시즌 목표는.

▶최고의 컨디션으로 부담없이 경기에 집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선발이니 만큼 30경기 이상, 200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벌써 11년째인데 지난 10년간의 메이저리그 생활을 돌아본다면.

▶먼 옛날 같다. 다저스 시절이 미래에 대한 준비 작업이었다면 이젠 공사를 시작할 시기다. 더 이해하고 배우겠다.

-어느 정도의 결과가 '재기'라고 생각하나.

▶어떤 성적이든 팬들은 최고의 성적을 기대할 것이다. 최고의 성적을 내도록 노력하겠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텐데.

▶될 수도 있고 안될수도 있지만, 내일을 위해 차근차근 하겠다.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최선을 다 하겠다.

-주축 선수들이 많이 빠져 이젠 최고참급인데.

▶내 할일이 따로 있고 더 중요하다. 내 할일만 하겠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늘 지켜보는 관심에 감사드린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겠다.

(서프라이즈(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민훈기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