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길 물속보다 더 모를 한 길 사람 속. 만약 그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건 축복받은 재능일까 저주받은 재앙일까. 마음속 생각이 밖에서 들린다는 흥미로운 설정의 두 영화에서 그 힌트를 얻어보자.
▲ 왓 위민 원트
평소 여자들 얘기는 귓등으로도 안 듣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닉은 어느 날 감전사고로 인해 여자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이 자아도취형 남성우월주의자는 겉과 다른 여자들의 속마음에 당황하지만 이내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 즉 여자들의 생각을 듣고 그녀들이 원하는 대로 자신을 맞춰줌으로써 여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매력남이 되는 것. 그렇다고 닉이 못 말리는 마초로 되돌아간 것은 아니다. 여자들의 속 얘기에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다 보니 그녀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진정한 관심을 갖게 된다. 결국 닉이 이 해프닝에서 진짜로 얻은 것은 남의 생각이 ‘들리는’ 초능력의 귀가 아니라 남의 속내를 ‘들어주는’ 마음의 귀였던 듯.
▲ 사토라레
한편 겐이치는 닉과는 반대로 자신의 생각이 사념파로 변환되어 주위 사람들에게 들리는 특이 체질, 일명 ‘사토라레’다. 머릿속이 만천하에 발가벗겨지는 것처럼 끔찍한 일이 또 있을까. 그건 당사자는 물론(다행히 겐이치는 자신이 사토라레임을 모른다), 날마다 남의 마음속 생각을 라디오 방송 듣듯이 들어야 하는 주위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게다. 그러나 사람들은 뜻밖으로 겐이치의 내면 음성에서 진심의 빛을 발견해낸다. 가식이 섞일 염려가 없는 순수하고 진실된 음성이기에 믿을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사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얼마나 불투명하고 믿을 수 없는가.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주변 사람들을 사토라레로 만들어 진짜 속마음을 들춰내고 싶은 생각이 슬며시 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오영재·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