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문객잔'

◆신용문객잔

KBS 2 밤 11시10분 ‘무협의 신’ 호금전의 고전적 무협물 ‘용문객잔’(1966)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황제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환관 조소흠(견자단 분)이 `동창'이란 비밀 결사대를 조직해 권력을 좌지우지하던 중국 명 시기, 그 악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궁성 수비대장 주회안(양가휘)과 그의 애인 모언(임청하) 등 무림협객들의 활약상을 사막 한복판에 위치한 유명 여관 용문객잔을 중심으로 그렸다. 서극이 제작하고 정소동이 무술 연출을 맡은 작품답게, 원전에선 볼 수 없었던 화려한 무협 액션이 펼쳐진다.

하지만 영화는 액션으로만 승부를 걸진 않는다. 영화의 묘미는 무엇보다 투숙객을 잡아 인육으로 만두를 만드는 도둑 패의 우두머리이기도 한 여관주인 금양옥 역 장만옥의 극히 요염한 매력적 캐릭터에서 비롯된다.

남자가 맡았던 그 역의 비중을 현저히 키운 셈인데, 그 선택이 적중했다고 할까. 영화 초반 그녀와 남장 여자 무사 모언이 벌이는 염탐 결투(?) 신은 영화의 백미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만큼 매혹적이다. ‘주’를 사이에 두고 양옥-모언 사이에 펼쳐지는 삼각관계는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한다. 화려한 출연진 등 오락 영화로선 여로 모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감독 이혜민. 원제 新龍門客棧, 영어 제목 Dragon Inn.

1992년. 약 90분. ★★★☆(5개 만점).

◆나인야드

MBC 밤 11시10분

살인청부업자가 치과의사의 옆 집으로 이사 오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코믹 액션 스릴러다. 브루스 윌리스가 냉혹한 전문 킬러로 나오고, 메튜 페리가 엉뚱한 운명의 치과의사를 맡았다. 치과 의사에게 가정은 지옥이다. 부인은 남편이 죽은 뒤 타낼 보험금에 눈이 멀었고, 급기야는 옆집에 이사온 킬러에게 남편을 죽여달라고 부탁한다. 영문도 모른 채 아내의 음모에 말린 치과 의사가 뜻밖에 킬러의 아름다운 아내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소동이 벌어진다. 원제 The Whole Nine Yards는 ‘숫자 9가 꽉 찼다’는 뜻으로 엄청난 행운을 의미한다. ★★★

(전찬일·영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