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 경기를 보면 우리 씨름에서는 보기 어려운 낯선 의식들이 많다. 이 의식들을 알면 스모 구경하기가 훨씬 재미있다.

도효에 오른 리키시들이 경기를 시작하기 전 좌우 양다리를 서로 번갈아 올렸다가 힘껏 내딛는 독특한 동작은 시코(四股) 라고 한다. 몸의 긴장을 풀고 정신을 집중시키기 위한 준비운동이자 상대방에게 힘을 과시하는 것이다. 리키시는 도효 옆에 놓인 물( 지카라미즈·力水) 로 입을 헹구고 일본 전통 종이를 반으로 접은 지카라가미(力紙) 로 몸을 닦는다. 이는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리키시들은 또 도효 한복판에 소금을 뿌리는데 이를 기요메시오 라고 한다. 일본의 토속 신앙인 신도에서 전통적으로 정화의식을 위해 사용된 소금을, 같은 의미로 스모에서도 사용한다. 선수들은 한 경기에서 3회까지 소금을 뿌릴 수 있으며 경기의 흐름을 늦추기 위해 소금을 뿌리기도 한다. 보기에도 시원한 감을 주기 때문에 리키시들은 소금을 보다 멋지게 뿌리기 위한 연습도 한다. 15일 동안 소모되는 소금양은 보통 600㎏ 안팎이다.

경기에 앞서 경기장에 입장할 때 리키시들은 장내 아나운서의 나무 딱딱이 소리에 맞춰 두 패로 나뉜 뒤 낮은 계급부터 순서대로 줄을 선다. 이를 마쿠우치 도효-이리 라고 한다. 도효에 올라선 리키시들은 관중을 향해 바깥쪽을 보고 둥글게 선다. 손바닥을 한 번 치고 양손으로 앞치마를 올렸다 놓은 뒤 천천히 열을 지어 경기장을 빠져나간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