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에서 열린 ‘호주의 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호주 원주민의 전통 악기인 ‘디지리듀(didgeridoo)’의 세계적인 연주자인 마크 애킨스의 공연에 귀를 기울였다.

호주 원주민들이 ‘웡가’ ‘이리기’ 등으로도 부르는 ‘디지리듀’는 흰개미가 파 먹어 속이 빈 길이 1~2m의 나무관(管)에 사람의 볼과 혀, 목 등을 이용해 생성된 소리를 통과시켜 음을 내는 기구. 애킨스씨는 호주의 자연을 주제로 나뭇가지 사이를 건너는 새소리와 캥거루가 초원을 뛰노는 모습 등을 다양한 장단의 소리로 흥겹게 표현해, 참석자들로부터 “마치 호주의 대평원에 직접 와 있는 것 같다”는 반응을 받았다.

호주 서부 원주민인 위디부족 출신인 애킨스씨는 “디지리듀는 인간의 음성을 빼고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악기로, 학자들은 25만년 전부터 사용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 디지리듀는 원주민들의 의식(儀式)이나 무용에서 연주됐으나 각국의 민속 악기, 서양의 현대 악기 등과도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애킨스씨 자신도 런던 필하모닉, 시드니 심포니오케스트라뿐 아니라 보컬 밴드인 레드 제플린 등과도 협연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2001년 방한 때는 한국의 젊은 국악 연주자들로 구성된 그룹인 ‘공명(共鳴)’과 협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