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사뮤엘 감독 데뷔작 ‘러브 미 이프 유 대어(Love Me If You Dare)’가 밸런타인데이 전날(13일) 개봉된다고 해서, 수줍게 내미는 초콜릿의 달콤한 분위기 같은 영화를 예상하지 마시라. 이 프랑스 영화의 진짜 분위기는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처럼 붙인 ‘러브 미…’라는 영어제목보다는 ‘아이들의 장난감’이라는 프랑스어 제목과 더 어울린다. 한마디로 사랑도 삶도 아이들 장난감처럼 여기며, 모든 일에 내기를 하고, 평생 밀고 당기는 게임을 하는 엽기적 커플의 별난 스토리다.
줄리앙과 소피라는 남녀 주인공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함께 놀고 내기한 친구다. 내기를 위해서라면 속옷을 겉옷 위에 입기도 한다. 달려오는 기관차를 향해 철로 위에 눈 가리고 서 있기를 하는가 하면 결혼식 선서 순서에서 ‘아니오’라고 말하기 내기까지 한다. 그러나 둘은 쉽사리 사랑의 결실로 향하지 못한다. 성장한 남녀는 서로 번갈아 가며 각자의 연인을 사귀며 소꿉친구에게 상처를 줄 뿐이다. 귀엽고 따뜻하게 시작한 영화는 갈수록 점점 더 발칙해지고, 위험천만해진다. 다소 황당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이 별난 스토리의 한 구석엔,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지 못한 남녀의 애증에 관한 보편적 진실들이 도사리고 있다. 라스트에서 이 커플이 평생에 걸친 사랑과 미움의 쌍곡선을 마무리하고 둘 사이를 박제라도 해보려는 듯 감행하는 ‘마지막 장난’이 충격적이다.
(김명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