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월요일 아침 출근시간대인 오전 9시12분. 주룽(九龍) 침샤추이역을 출발해 홍콩섬 진종(金鐘)역으로 향하던 지하철이 목적지를 360m쯤 앞두고 달릴 때 차량 속에서 50대 남자 한 명이 돌연 승객들을 향해 불 붙은 물체를 던졌다. 이 방화자는 액화천연가스와 시너 등을 가지고 있었다. 시커먼 연기가 전체 객실로 번졌고 승객들은 연기와 불을 피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창문도 열리지 않았다. 당시 객실 승객은 150여명, 전체 차량 승객은 1200여명선. 초대형 사고로 연결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발화 즉시 한 승객이 양복을 입은 채로 진화에 나섰다.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불이 급속히 번지는 것만은 막았다. 직원들의 발 빠른 행동도 제 역할을 했고, 비상통보체계도 가동됐다. 차장(車長)은 통제센터로, 센터는 다시 진종역 직원들에게 ‘승객 대피 준비’를 시달했다.
사고 발생 2분 후. 차량이 진종역에 들어서자 직원들은 2분 만에 1200여 승객 모두를 대피시켰다. 구급차는 환자들을 후송했다. 사고 발생 8분 후 9시20분 소방대원들이 도착했다. 운행 복구도 빨랐다. 9시40분부터 홍콩 지하철의 전 구간 열차들이 아무일 없었다는 듯 정상 운항됐다. 사고에서 정상 운행까지 단 28분.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고, 부상자 14명뿐이었다.
홍콩 지하철 개통 25년 이래 최대 중대 화재사고였다. 하지만 규정에 충실한 비상시스템, 직원들의 발 빠른 조치, 비가연성 내구재로 무장된 차량설비의 합작으로 사고는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
(홍콩=이광회특파원 santaf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