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 첫 공인회계사가 탄생했다. 영광의 주인공은 지난 1999년 초 태국에서 서방으로 망명하려다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된 후 구사일생으로 탈출, 한국에 입국한 홍순경 전 태국 주재 북한 참사관의 아들 원명(24)씨.

홍원명씨는 한국에 입국한 뒤 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에 편입, 그 해부터 공인회계사(CPA) 시험에 도전, 지난달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는 삼일회계법인에서 일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99년 망명사건 직후 태국 현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영어와 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했던 원명씨는 태국에서 재정학을 공부했으며 학교 성적도 줄곧 상위권을 유지했다. 대학 성적도 4.5점 만점에 4.19점이며, 토익성적은 960점.

원명씨는 “큰일도 아닌데 너무 알려지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며, “탈북자 후배들이 열심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의 친목단체인 탈북자동지회 회장 겸 통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인 부친 홍순경씨는 북한에서 고위층 자제에게 주어지는 ‘특전’없이 실력으로 김일성종합대학 법학부에 입학해 공부하고 졸업과 함께 정통 외교관의 길을 걸었던 엘리트였다.

홍씨는 태국 주재 과학기술담당 참사관으로 근무하던 99년 2월 부인, 아들과 함께 망명을 기도했다가 북한 공작원들에게 납치돼 라오스로 향하던 중 자동차가 전복되는 바람에 구사일생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부모들이 태국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원명씨는 북한대사관에 억류돼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이 북한 당국의 압력 때문이었다는 것은 그가 대사관을 벗어나 부모와 함께 한국행에 합류한 후 밝혀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