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가 31일 바르셀로나 몬주익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에스파뇰과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데뷔전에서 후반 11분 골이나 다름없는 어시스트를 기록한 뒤 세러모니를 펼치고 있다. ‘ESKERRIK ASKO’는 레알 소시에다드의 연고지인 바스크어로 ‘감사합니다’란 뜻이다.

‘밀레니엄 특급’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첫 공식 경기에서 골이나 다름없는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이천수는 31일 오전(한국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몬주익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03∼2004 프리메라리가 에스파뇰과의 개막 원정경기서 후반 11분 팀의 1대1 동점골을 이끌어내는 등 시종 수준 높은 플레이를 펼쳐 찬사를 받았다. 이천수는 0―1로 뒤지던 후반 11분 사비 알론소가 미드필드에서 헤딩으로 패스한 볼이 상대 수비수 하르케의 머리를 맞고 오른쪽 페널티 지역으로 흐르자 달려들어 골키퍼 키를 넘기는 감각적인 로빙슛을 날렸다.

하지만 골 네트를 향해 굴러 들어가던 공을 팀 동료인 코바세비치가 건드리며 골인돼 데뷔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이천수는 이 골을 자신의 득점으로 착각해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속옷 세러모니를 펼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레알 소시에다드의 연고지인 바스크어로 ‘ESKERRIK ASKO(감사합니다)’와 한글로 ‘한국축구의 자존심’이란 내용이었다.

이천수는 “내 골인 줄 알고 세러모니까지 했는데 아쉽다”며 “4일 홈 경기에서는 확실한 골을 넣겠다”고 말했다.

이천수는 코바세비치와 함께 투 톱으로 선발 출장해 시종 빠른 스피드와 재치 있는 돌파 솜씨를 선보였다. 이천수는 경기시작 3분 만에 왼쪽 골 포스트를 살짝 넘어가는 슈팅을 날렸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22분 상대의 프리킥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이천수의 진가는 팀이 맹렬한 추격을 펼친 후반 들어 더욱 빛났다.

이천수는 42분 교체될 때까지 수시로 상대 뒤 공간으로 빠져 들어가며 팀 공격을 주도했고, 11분 동점 골을 만들어 낸 뒤에도 위협적인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이천수는 4일 셀타 비고와 홈 개막경기를 갖는다. 스페인의 마르카지는 “터키 출신의 니하트를 대신해 나온 이천수가 놀라운 스피드로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다”고 극찬했다.

한편 데이비드 베컴(레알 마드리드)은 레알 베티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출장해 선제골을 터트리며 팀의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베컴은 전반 3분 호나우두의 패스를 재치있게 슈팅해 가볍게 스페인 정규리그 데뷔골을 넣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 33분 모레노 후아니토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16분 호나우두의 결승골로 개막전을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