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정몽헌 회장. <a href="http://photo.chosun.com/html/2003/08/04/200308040002_2.html">[포토뉴스 관련사진 보기]<

대북송금 및 비자금 150억원 조성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조사를 받아오던 정몽헌(鄭夢憲·55)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4일 새벽 서울 계동 현대사옥 12층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투신 자살했다.

이날 오전 5시50분쯤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본사 사옥의 뒤편 주차장 화단에서 정 회장이 떨어져 숨져있는 것을 사옥 청소원 윤모(63)씨가 발견했다.

경찰은 정 회장 시신의 경직 정도로 미뤄 4일 오전 1시쯤 회장실 창문을 통해 투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 회장의 사무실에서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 부인·자녀 앞으로 남긴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를 바랍니다’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주기 바랍니다. 명예회장님께서 원했던 대로 모든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A4용지 4장짜리 유서가 발견됐다.

현대사옥 경비업체 직원 위모(30)씨에 따르면, 정 회장은 3일 밤 11시52분쯤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사옥에 들어와 ‘30분 후에 다시 내려온다’고 말하며 사무실로 올라간 뒤로 내려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정 회장은 자살 직전인 3일 밤 현대상선 임원 출신인 고등학교 동창 박모(54)씨와 둘이서 술을 마신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정 회장은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가족들을 불러내 박씨와 함께 식사를 하고, 가족을 먼저 들어가게 한 뒤 청담동의 한 바(bar)로 자리를 옮겨 박씨와 술을 마시고 계동 사옥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정 회장과 와인 2병을 나누어 마신 뒤 헤어진 사실은 있으나 그 자리에서 정 회장으로부터 대북 송금이나 자살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 비자금 150억원 의혹을 수사해 온 대검 중수부는 정 회장을 지난달 7월 26일과 31일, 지난 2일 등 모두 3차례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특히 자살 이틀 전인 지난 2일 검찰에 소환된 정 회장은 12시간 가량 조사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날 오후 정 회장에 대한 부검 결과 “사인(死因)은 큰 외력(外力)에 의해 간과 비장 등 장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손상된 ‘다발성 손상’으로 보인다”고 잠정 발표, 타살 가능성을 배제했다.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4일 새벽 서울 계동 현대사옥 자신의 사무실에서 투신 자살하자 경찰이 정몽헌 회장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문화일보 제공 <a href="http://photo.chosun.com/html/2003/08/04/200308040002_2.html">[포토뉴스 관련사진 보기]<

정 회장의 측근들은 “정 회장이 특검 수사를 받을 때부터 선친인 정주영 전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대북사업과 관련, 국민적 평가가 엇갈리는 것에 대해 고민해 왔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시신은 이날 오전 8시20분쯤 서울아산병원의 장례식장으로 옮겨져 빈소가 차려졌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은 "정 회장의 장례는 5일장으로 하고 8일 오전7시 발인하기로 했다"며 "장지는 경기도 하남시 선영으로 가족 모두가 합의했다"고 말했다.

금강산에 유골을 뿌려달라는 정 회장의 유언에 대해 김 사장은 “본인 유언에 따라 금강산에 유품이나 일부분을 모시는 계획을 갖고 있으나 북측과 아직 협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