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백작 부인’으로 불리며 프랑스 왕족 후예들의 사교계를 이끌었던 이사벨 도를레앙 에 브라강스 (93)가 지난 5일 파리에서 별세했다는 사실이 14일 뒤늦게 알려졌다. 파리 백작 부인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 폐지된 왕정 체제가 부활될 경우 왕위를 계승할 수 있었던 파리 백작(앙리 6세·1999년 사망)과의 사이에 11명의 자녀를 낳았다.
파리 백작 부인은 브라질 황제 가문과 보헤미안 귀족 출신의 부모 밑에서 태어났지만, 왕정 폐지 이후 왕족들에 대한 탄압을 겪어야 했다. 그녀는 이미 11세 때 결혼 상대자로 결정된 남편과 1931년 이탈리아에서 유럽의 왕족과 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결혼식을 올렸다. 왕족 후손들의 프랑스 거주와 방문을 금지한 망명금지법 때문이었다. 그 부부는 1950년 망명법 폐지로 인해 귀국할 때까지 벨기에·브라질·모로코·스페인·포르투갈 등을 전전했다. 백작 부부는 1960년 알제리 전쟁에 프랑스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장남이 전사하는 아픔을 겪었고, 프랑스 왕족 후예를 대표하는 가족으로서 세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파리 백작 부인은 2권짜리 회고록 ‘모든 것이 내게는 행복’을 비롯해 모두 4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그녀는 말년에 39명의 손자와 10여명의 증손자들을 만나러 여행하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그녀의 장례식은 지난 11일 파리 외곽인 드뢰의 한 성당에서 모나코의 알베르 왕자 등 유럽 왕족과 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고,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옆에 안장됐다.
(파리=박해현특파원 hh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