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공격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보유 관련 정보를 왜곡 또는 과장했다는 의혹을 미국 언론이 잇따라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미국 신문 워싱턴포스트는 7일 미국은 이라크전 개전 명분으로 삼았던 이라크내 대량파괴무기(WMD)를 전쟁 종료 8주가 지나도록 발견하지 못하고 있어 의회의 일부 민주당 의원들과 정보 분석가들 사이에 미 행정부가 이라크의 위협을 과장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의 대량 파괴무기에 대한 신뢰할 만한 증거없이 이 나라를 공격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부시 대통령은 정당한 이유없이 다른 나라를 공격했다는 국제적인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 내년 선거에서 재선을 희망하는 부시 대통령은 국민을 오도했다는 비난을 받아 정치적으로도 중대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정보과장 의혹= 부시 대통령은 미 의회와 유엔이 이라크 공격과 관련한 중요한 표결을 앞둔 지난해 가을 정보기관들이 이라크에 생화학 무기가 존재한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보고했는데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로 이런 무기들이 존재한다는 확신을 표명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예를 들어 지난해 9월 26일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이라크 정권은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생화학 무기를 추가 생산하는데 필요한 시설도 짓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당시 미 행정부 정책입안가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회람된 DIA 보고서는 “이라크가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와 이 나라가 화학무기 생산시설을 갖고 있거나 앞으로 건설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신뢰할 만한 정보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
이 보고서의 존재는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9일자 최신호에서도 보도했다. 잡지는 DIA가 지난해 9월 발표한 평가 보고서에 “이라크가 화학 무기를 생산·저장하고 있는지, 또 화학무기 생산 설비를 갖췄는지에 대해 믿을만한 정보가 없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한편 AP는 미 행정부가 이라크에 대한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정보를 왜곡하고 추측을 증거로 제시했다는 한 전직 정보관리의 주장을 보도했다. 국무부 정보조사국에서 전략ㆍ확산ㆍ군사문제 담당국장을 지낸뒤 지난해9월 퇴임한 그레그 틸만은 최고위층에서 정보를 왜곡해 매우 혼란스러웠다며 “특히 핵 부문에서 왜곡이 심했다”고 말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그는 재임시 중앙정보국(CIA)과 기타 정보기관의 이라크 생화학 무기 및 핵무기프로그램 관련 기밀정보를 취급해왔다.
▲트레일러의 정체= 미국이 지금까지 이라크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대량파괴무기의 증거라고는 트레일러 2대가 전부다. 미국은 지금까지 이들 트레일러가 생물무기 제조를 위한 이동 실험실로 사용됐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7일 이들 트레일러에 직접 접근한 미국과 영국의 정보 분석가들이 트레일러가 생물무기 제조를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들 분석가가 인터뷰에서 “이들 이동 시설이 (생물무기 제조보다는)다른 목적으로 이용됐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으며 이 시설에 대한 평가과정이 너무 급히 진행된 나머지 하자가 많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레일러 조사에 참여했던 한 정보 전문가는 뉴욕 타임스에 익명을 전제로 “모든 사람들이 ‘결정적 증거’를 발견하길 너무도 원한 나머지 이같은 (트레일러가 생물무기 제조에 사용됐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싶어했을 것”이라면서 “나는 그 (평가)과정에 속이 상했다”고 말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CIA 보고서는 특수 장치를 갖춘 문제의 트레일러에서 생물무기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정보 당국은 이들 트레일러가 갖고있는 단 하나의 필연적인 목적은 생물무기를 생산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적시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그러나 미 정보기관 내부의 모든 사람들이 이 결론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미 행정부 주장=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지난해 가을 여러차례 발언에서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체니 부통령은 지난해 8월 26일 내슈빌 참전용사 모임에서 "간단히 말하면 사담 후세인(이라크 대통령)이 대량파괴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공격에 대한 미 의회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얻기 위해 노력하던 지난해 9월 26일 의회 지도자들에게 이라크가 그런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럼즈펠드 장관도 기자들에게 이라크는 “그런 무기들을 위한 개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으며 이미 생화학 무기를 만들어 보유하고있다”고 주장했다. CIA는 지난해 10월 1일 ‘이라크 무기 프로그램 백서’에서 “이라크가 화학 및 생물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바그다드는 겨자, 사린, 사이클로사린 및 VX 등 화학전 물질을 다시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CIA는 그러나 이후 더 구체적인 보고서에서는 "이라크의 회계보고와 현재 생산능력과의 차이는 이라크가 화학산업 내부에 화학전 물질을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고 말해 "화학전 물질을 (이미)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이전보고서의 내용을 사실상 대폭 수정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10월 7일 이라크가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생산하고 있다"면서"사담 후세인은 국제적인 제재와 유엔의 요구 및 문명세계로부터의 고립에도 불구하고 이들 무기를 만들고 보유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부시의 발언에 대해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6일 “정보는 모자이크 형태로 들어온다”면서 “완전한 그림에 대한 대통령의 묘사는 모든 발언이 각 정보기관에의해 상세히 조사되고 승인되는 과정을 거친 뒤에 나왔다”고 해명했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또 “이라크의 화학 및 생물 무기 보유에 관한 우리의 판단을계속 확신한다”면서 “이라크가 정확히 어디에 생화학 무기를 저장하고 있었는 지는분명치 않지만 그들이 그것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은 정보 보고에 근거해 볼 때 결코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5일 미군 중부사령부가 있는 카타르의 캠프 아스 사일리야를 방문해 미군 장병 연설에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라크가 테러 집단의 무기고로 이용되지 못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계속 찾아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면서 “확실한 사실은 사담 후세인 정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테러 조직이 이들로부터 대량살상무기를얻을 수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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