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빅 초이’ 최희섭(24)이 8일(이하 한국시각) 벌어진 뉴욕 양키스와의 홈 경기 도중 머리를 그라운드에 심하게 부딪힌 뒤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지는 사고를 당했다. 컵스 구단은 최를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릴 예정이며, 최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 부상 순간
불운은 4회 1사 후에 벌어졌다. 양키스의 3번 타자 제이슨 지암비가 때린 타구가 홈 플레이트 앞쪽에 높이 솟아 올랐고, 포수 데미안 밀러가 타구 방향을 놓치자 투수 케리 우드와 최희섭이 공을 잡기 위해 달려 들었다. 이 과정에서 최희섭은 공을 잡아내는 순간 우드와 부딪치면서 3루쪽 파울 라인 근처에 넘어지며 뒷머리를 그라운드에 강하게 부딪쳐 의식을 잃었다. 최희섭은 약 8분 동안 눈을 감은 채 전혀 움직이지 못했고, 목 보호대를 한 뒤 구장 안으로 들어온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 최희섭의 상태
최희섭은 일리노이 매소닉 메디컬 센터(Illinois Masonic Medical Center)에서 CT 및 MRI 촬영을 받았고 뇌와 목뼈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응급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최는 시카고에서 유학 중인 여동생 최승희씨의 간호를 받고 있으며, 몸을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부상 순간을 기억하는 등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최의 에이전트 이치훈씨가 전했다. 최는 그러나 가벼운 두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잠을 깊이 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시카고를 감동시킨 투혼
컵스의 3루수 래니 해리스는 "(최는) 눈이 뒤로 돌아갔는데도 글러브로 공을 꼭 쥐고 있었다"며 최의 투혼을 전했다. 또 투수 우드는 "선수단 모두 더그아웃에서 '희섭을 위해 이기자'며 뭉쳤다"고 말했다. 최는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하자마자 '투수 우드는 어떤가? 우리 팀이 이겼느냐'고 물어봤다고 컵스의 트레이너 데이브 툼바스가 전했다. 컵스는 최희섭이 빠진 뒤 0―1로 뒤지던 7회 에릭 캐로스의 역전 홈런이 터지면서 결국 5대2로 역전승했다. 역사적인 개인 통산 300승을 노리던 양키스의 에이스 로저 클레멘스는 패전투수가 됐다. 최희섭이 병원으로 실려가는 순간 '희섭 초이'를 연호했던 4만여 관중들은 경기가 승리로 끝나는 순간 다시 한번 최희섭 이름을 합창했다. 컵스 선수들은 경기 후 샤워를 마친 뒤 베이커 감독과 함께 최를 문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