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서울시내 한 호텔의 지하파티장에서 교포와 유학생, 외국인들이 어울려 테크노댄스를 즐기고 있다. 이런 비밀파티를 주최하는 프로덕션 업체는 소수의 회원들에게만 은밀히 이메일 초대장을 보낸다.

지난 10일 밤 서울 강북의 W 호텔 지하 댄스파티장. 젊은 남녀 700여명이
한 프로덕션 업체가 주최한 비밀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일본과 미국 등에서 온 유명 디스크자키(DJ) 3명을
초청했다.


전면의 무대 양쪽에 걸린 대형 스크린에 비치는 동영상과 형광색 레이저
광선이 어지러웠다. 초대 받은 젊은이들은 테크노음악의 강렬한 비트에
몸을 맡긴 채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분위기가 최고조로 달아오른 오전
1시쯤, 일부는 속옷 차림이 되거나 아예 웃통을 벗은 차림이다.
외국인들이 30% 정도에 나머지는 모두 한국인들로 보였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영어로 대화하고 있었다.


파티장 입구에서는 가방을 열어보고 검색대를 지나게 하는 등 경계가
삼엄했다. 호텔측에서 고용한 경비원들이 "이 파티에 마약류가 있다고
해서 검색 중"이라고 했다. "단지 검색대를 통과하는 것으로 마약류를
적발할 수 있냐?"고 묻자, 주최측 관계자는 "유명 호텔이라 형식적인
검사를 하지만 우리 회원들에게 피해 줄 정도로 하지는 않으니 염려
말라"고 귀띔했다.


이 파티에 잠입하기 위해, 기자는 이 클럽 회원인
'제니퍼'(한국인·가명)의 추천을 받아 회원가입서를 영문으로 작성한
뒤 두 달을 기다려 간신히 이메일로 초대장을 받았다. "파티는 10일
서울 W호텔입니다." 어떤 설명도 덧붙여 있지 않았다. 누가 어떤
차림으로 와서 무엇을 하고 노는지…. 하지만 이 초대장을 받는
'선택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모양이다.


"왜 이런 비밀파티를 하느냐고요? 우리끼리만 모여 놀 수 있잖아요.
한국 가요를 틀어놓고 '토종' 애들이 노는 보통 나이트 클럽과는 물이
확 다르죠."

중동에서 석유 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둔 임모(여·24)씨. 미국 국적을
가진 그녀에게 "당신이 말하는 '우리'란 누구를 가리키느냐?"고
묻자, 거침없이 "잠깐 한국에 들어온 교포나 미국 유학생, 아니면 진짜
미국인이나 캐나다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녀는 인기 힙합 그룹
멤버인 미국교포 출신 B씨를 턱으로 가리켰다. 그는 비슷한 차림새의
친구들과 어울려 춤을 추고 있었다.

이러한 비밀파티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업체는 공공연히 알려진 것만
대여섯 개. 간혹 개인이 주최하기도 한다. 약 2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이런 비밀파티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열리고 있다. 보통 홍익대 앞
클럽이나 강남의 호텔 파티장 등을 통째로 빌려놓고, 400~500명의 회원을
이메일이나 휴대폰으로 은밀히 초대한다. 하룻밤 입장료는
3만~5만원선이다.

지난달 12일 홍익대 앞의 H클럽에서 열린 비밀파티에서 만난 케이트씨는
캐나다에서 유학 중 귀국했다. 그녀는 "귀국할 때 가져온 엑스터시나
마리화나를 이 파티에서 나누며 친해진다"고 했다. 가벼운 알콜 음료
외에는 술이 없는 이 파티에서, 풀린 눈동자로 온몸을 휘청대며 춤을
추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무아지경에 빠져 춤을 추고 있는 한 20대 여성이 '빨간
막대사탕'을 꺼내 빨았다. 술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지만 확실히
무언가에 취해 있었다. 케이트씨는 "저것은 엑스터시 사탕"이라며
"5만~6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제 누구를 통해 살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입을 다물었다.


오전 2시쯤 파티장에서 나올 때, 손에는 영문으로 된 작은 안내문이
쥐어졌다. "다음 비공개 파티 일정을 알고 싶으면 이메일을 보내십시오.
오직 당신과 비슷한 친구들한테만 퍼뜨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