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들. 서로 짐짓 모른채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드디어 만났다.' LG 김용우(24)와 한국야구위원회 김호인 심판(49)은 부자지간이다.

지난 31일 광주에서 열린 기아와의 더블헤더 2차전. 1차전이 끝난뒤 발표된 2차전 심판진 명단 구심(CH)란에 '김호인'이 적혔다.

아버지와 아들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잠실에서 열린 기아와의 3연전에서도 만난적 있었지만, 그때 아버지는 루심이었다.

그런데 이날은 구심과 타자로 만나니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작 타석에 들어선 6번타자 아들과 구심 아버지는 아무 말도 없었다. 아버지는 스위치타자인 아들을 피해 3루쪽에 시선을 뒀고, 아들은 투수만 쳐다보며 서로 외면했다.

첫 타석에서 아버지는 초구가 바깥쪽으로 조금 빠지는 듯했으나 스트라이크를 선언했고, 2구째 변화구는 스트라이크로 보였는데 볼을 불렀다. 아무래도 주위의 시선 등이 신경에 거슬려 불편했던 모양이다.

두번째, 세번째 타석에선 아들이 불편했다. 아버지를 편하게 해드리기 위한 것인지, 아버지와 같이 있는게 부담스러웠는지, 연거푸 초구에 방망이가 나갔다. 두번 모두 내야 땅볼 아웃.

결국 이광환 감독이 해결책을 내놓았다. 이감독은 "아버지가 구심으로 나서는 날엔 아들을 선발로 내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상 초유의 심판 아버지와 선수 아들이 함께 있는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한창 잘 나가는 아들이 아버지 때문에 몇경기 손해보게 생겼다.

(광주=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