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후기와 조선 초기 우리나라 법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원나라 법전
'지정조격'(至正條格) 일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굴됐다.
1346년(지정 6년) 순제(順帝) 때 간행된 '지정조격'은 형사법인
'단례'(斷例) 2책과 일반 법률인 '조격'(條格) 2책으로 이뤄졌는데,
이번에 발견된 것은 '단례'와 '조격' 각각 1책씩이다.
'고려사' 1377년 조에 따르면 "중앙이나 지방을 막론하고
옥사(獄事)의 처결은 모두 지정조격에 의거하게 했다"고 기록돼 있을
정도로 '지정조격'은 고려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세종대에도 '지정조격' 50부를 인쇄, 배포하는 등 외교사무와
형법 관련 주요 참고서로 활용해 왔다.
이 자료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경주 손(孫)씨 종가에서 기탁한
고문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연구원측은 이 문서의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복원 처리를 거친 후에 본격적인 내용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정조격'은 이 집안 인물 중 세종 초기 외교문서를 다루던
승문원(承文院) 관료 출신인 손사성(孫士晟)이 업무상 필요에 따라
수집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법제사 전공인 정긍식(鄭肯植) 서울대 법대
교수는 "「지정조격」은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 자주 언급될
정도로 우리 사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법전이었으나 원전이 그 동안
발견되지 않았다"며 자료의 가치를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