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된 스미스 요원들과 싸우는 네오. 100명으로 불어난 스미스 요원들과의 격투 장면(5분 길이)을 찍는 데만 9주일이 걸렸다.


다시 '매트릭스(Matrix)'다. 99년 날아오는 총알을 낙엽처럼 떨구는
장면 하나로 '매트릭스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SF블록버스터
'매트릭스'가 속편 '매트릭스2:리로디드'(Matrix Reloaded·23일
개봉)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 영화는 거부할 수 없는 환각(幻覺)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신년호는 "2003년은 매트릭스의 해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2편 개봉에 맞춰 비디오게임 '엔터 더
매트릭스'와 애니메이션 '애니매트릭스'가 나왔고, 올 11월에는
매트릭스 3부작의 완결판인 '매트릭스3:레볼루션'까지 극장에 걸릴
예정이다.

전편이 끝난 자리에서 출발하는 '매트릭스2:리로디드'는 인간을 노예로
삼는 컴퓨터 시스템(매트릭스)과 인간과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인간을
공격하도록 프로그램된 오징어 모양의 센티넬(파수꾼)들이 땅속에 있는
인간의 마지막 도시 시온의 위치를 찾아낸다. 네오(키아누 리브스)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 트리니티(캐리앤 모스) 등 저항군들은 대책을
논의하고, 네오 일행은 시스템을 부수기 위해 매트릭스로 들어간다.

25만개의 센티넬이 몰려오기까지 시온이 버틸 수 있는 한계는 72시간.
매트릭스 심장부로 통하는 문의 열쇠를 쥔 키메이커를 찾아내는 게
인간의 유일한 희망이다. 자신이 인류를 구할 '그(the One)'라는
예언을 받아들인 네오는 여러 장애물을 뚫고 키메이커를 구출하는 데
성공하고, 매트릭스의 창조자를 만난다.

전편에 비해 '매트릭스2:리로디드'의 업그레이드는 눈부실 정도다.
시속 3200㎞의 속도로 하늘을 나는 네오는 훨씬 강력해졌고,
바이러스처럼 복제 능력이 생긴 스미스 요원(휴고 위빙)은 100명으로
불어나 네오를 끈질기게 괴롭힌다. 순식간에 기체(氣體)로 변하며
키메이커를 감시하는 쌍둥이 형제, 네오를 유혹하는 페르세포네(모니카
벨루치), 모피어스의 애인이었던 니오베(제이다 핀켓 스미스) 등 새로운
캐릭터들도 속편의 재미를 거들었다.

테크놀러지가 인간 위에 군림하는 끔찍한 세상을 그리면서 그
테크놀러지를 영상표현의 도구로 삼는 건 매트릭스 시리즈의 아이러니다.
그러나 특수 시각효과는 상상을 뛰어넘고 연출자 워쇼스키 형제의 철학은
더 깊어졌다. 그러나 이 속편의 이야기는 복잡했던 전편보다도 훨씬 더
난해하고, 매트릭스 창조자가 네오에게 충격적 비밀을 들려주는 대목은
지나치게 설명적이다.

잔인하지만 우아하게. 워쇼스키 형제가 쿵후, 총격전, 서부활극, 와이어
액션, 일본식 애니메이션, 게임 등을 버무리는 방식이다. 그들은 모든
요소의 장점만을 옮겨왔고, 액션은 속편에서도 역시 이야기를 밀어 가는
추진력이 된다.

가장 스펙터클한 대목은 12분 길이의 고속도로 추격신. 3.2㎞에 이르는
고속도로를 새로 지어 촬영한 이 장면에서 캐리앤 모스는 오토바이에
키메이커를 태우고 역방향으로 질주한다.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상체를 뒤로 젖혀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는 장면을 다른 영화들이 거듭
흉내냈듯, 달리는 차와 차 사이를 껑충껑충 뛰며 추격하는 요원들과
캐딜락 안에서 벌어지는 격투 등 이 추격신은 '매트릭스2:리로디드'
이후의 SF영화를 새롭게 정의할 것으로 보인다.

제작비의 25%를 특수효과비로 쓴 1편에 비해 후속작들은 제작비 3억달러
중 1억달러(33%)가 특수효과를 만드는 데 투입됐다.
'매트릭스2:리로디드'에서 컴퓨터를 거친 특수효과 샷만 1000여개.
1편(412개)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 많다.

영화 속에서 매트릭스 창조자는 네오에게 "인간은 항상 희망에
기만당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적어도 '매트릭스2:리로디드'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