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지 않지만 노래 잘하는' 이란 수식이 싫다고, '빅마마'
멤버들이 말했다. 그러나 뒤틀린 한국 가요계에서 이들의 존재를 설명할
가장 간결하고 명확한 표현인 것은 사실이다. '예쁘지만 노래 못하는'
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신연아(30) 이지영(24) 이영현(22) 박민혜(21) 네 명으로 이뤄진
'빅마마'는 단연 '2003년의 발견'으로 꼽힌다. 이들의 데뷔 앨범
'라이크 더 바이블(Like The Bible)'이 10만장 가량 팔려나간 것은
가요계에 놀라움과 동시에 희망을 주었다. "음악도 성경처럼
원칙대로"라는 의미의 앨범 이름이 당연하면서도 새롭다.
"저희도 놀랐어요. 음반을 내면서도 '상품성'은 아무도 장담
안했거든요." '큰 언니' 격인 신연아의 말이다. 인하대 불문과를 나온
그녀는 같은 대학 노래동아리 '꼬망스' 출신으로 구성된 코러스팀
'빈칸 채우기'에서 활동해 왔다. "잘나가는 한국 가수 앨범의 80%는
'빈칸 채우기'가 코러스를 맡았다"는 게 그녀의 말이다. 프랑스
재즈학교 CIM을 다니다가 '빅마마'를 위해 휴학하고 돌아왔다.
"파리에 가서 '내가 좀 비겁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에서 정말 뭔가 한번 제대로 시도해 봤던가 하고 반성을 한 거죠."
신연아는 자신이 부른 노래를 '도둑맞은' 일로도 잘 알려져있다.
그녀는 KBS 드라마 '초대'의 OST 앨범에서 '레빠(Les Pas)'란 노래를
녹음했는데, 앨범의 설명엔 엉뚱한 신인가수 이름이 들어있었다. 이
이야기를 꺼내자 그녀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항의하지 않았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생각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빅마마'
이전의 가요계에 대해 "꼴도 보기 싫었다"고 말했다.
박민혜·이지영은 동덕여대 실용음악과에서 보컬을 전공하고 있다.
박민혜는 대학로에서 있었던 학과 정기공연에서 발탁됐고, 이지영은
기타리스트 한상원이 이끄는 밴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다가 눈에 띄었다.
동아방송대 영상음악과 학생인 이영현은 2000년 강변가요제 특별상
수상자다.
"보컬그룹으로 나선 뒤에 달라진 것은 사실 없어요. 예전에도 음악을
했고, 지금도 음악을 할 뿐이죠. 다만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은
게 의외이고, 섭섭해요. 이게 한계인가 싶기도 하고요."
이들의 가장 큰 장점은 목소리의 볼륨이다. 수많은 가수들이 인스턴트
식품 같은 콧소리를 내지만, 이들의 목소리에서는 오랜 시간 끓인 곰국의
풍부한 맛이 있다. 첫곡 '거부'는 인트로가 단 한마디에 불과하다.
그만큼 빨리 노래로 승부하겠다는 뜻인 것 같다.
타이틀곡 '브레이크 어웨이(Break Away)'는 립싱크를 조롱한
뮤직비디오로 화제를 일으키며 각종 차트 1위를 휩쓸었다. 네 명의
음색을 잘 느낄 수 있는 곡이 가스펠 명곡 '히즈 아이 이즈 온 더
스패로우(His Eye Is On The Sparrow)'다. 리더 신연아는 물론이고,
나머지 멤버들은 짧은 경력을 믿을 수 없을 만큼 풍부한 음색과 성량을
자랑한다. 노래를 듣다 보면 폭 넓은 강물이 소리없이 흐르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다.
이들은 TV에 잘 나오지 않는다. 처음 시작할 때 "우리 TV 안할
거죠?"라고 다짐받았다 했다. 네 명이 모두 노래를 잘 하니까, 자칫
색깔이 밋밋해지기 쉽다는 게 숙제다. 신연아는 "이제부터 조금씩
색깔을 찾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때 쯤, 이들이 '노래도 잘하고 참
예쁜 가수들'이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