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1시30분쯤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수원 S초등학교 3학년 김모(10·수원 영통동)군이 아프리카 물소 방사장에서 물소 뿔에 좌측 어깨와 양 다리 등을 수차례 받혀 중상을 입었다.

사고를 목격한 관람객들이 물통과 돌멩이, 재활용캔이 담긴 망태기 등을 던져 물소떼를 쫓아냈으며, 김군은 이들에 의해 사고 10여분 뒤에야 구조돼 삼성의료원으로 옮겨졌다.

6일 오전 골절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며 의식이 회복되는 등 위험한 고비는 넘긴 상태다. 사고 발생 당시 김군은 아버지 김모(38세)씨등 가족과 잠시 떨어져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물소 방사장이 있는 1만여평의 ‘대동물관’은 코끼리·물소·코뿔소 등 8종 36마리의 동물을 전시하며, 동물 방사장 둘레에 깊이 3.5m, 폭 3m의 해자(垓子)가 파여 있고 관람객 쪽 울타리와 해자 사이에 다시 평균 5~6m의 평지가 있다.

경찰은 “김군이 높이 약 83㎝의 관람객 울타리를 넘어가 해자까지 접근해 동물 먹이를 주려다 실수로 해자로 떨어진 뒤 발을 딛고 올라설 틈을 찾아 빠져 나오려다 물소 우리 쪽으로 잘못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서울대공원 사육사나 안전요원은 사고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김군이 물소의 공격을 받은 지 20여분 뒤에야 현장에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날 근무자 3명 중 2명은 오후 2시쯤 코끼리 먹이를 주는 시간에 맞춰 야채와 과일을 손질하고 있었고, 울타리 주변에 안전 관리를 위해 배치된 직원 1명도 인파와 소음에 가려져 사고 발생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당시 1만여평의 대동물관 주변에 안전요원은 이 직원 1명뿐이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밤 MBC 뉴스데스크는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가정용 캠코더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사고 당시 현장 화면을 내보내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너무 잔혹하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MBC 인터넷 게시판에는 항의 글이 쏟아졌다. MBC는 “뿔에 받힌 어린이가 공중으로 3m 이상 날아오른 뒤 나뒹굽니다”, “성난 물소가 또다시 가슴을 내리칩니다”, “물소 뿔에 찔려 내동댕이쳐집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관객들의 비명과 울음소리도 그대로 방영했다.

KBS·SBS는 동물원 관련 화면 또는 그래픽으로 대신했다. 이에 대해 MBC 구영회(具榮會) 보도국장은 “잔혹한 장면이긴 하지만 나들이철 부주의를 경고해야 한다고 판단, 화면을 모자이크해 방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