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과 역병의 여신인 세크메트의 거상(巨像).아멘호테프 3세는 이집트에 역병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세크메트 여신상을 730개나 만들었다.다윗 시대에 이스라엘에서는 무서운 전염병이 번져 무려 2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시간의 풍상

(데이비드M. 롤 지음/김석희 옮김/해냄/2만5000원)


창세기의 요셉이나 모세, 여호수아 등의 정확한 시대적 배경을
절대연대로 확정짓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다윗-솔로몬 시대는 서기전
10세기로 비교적 그 연대가 쉽게 확인된다. 솔로몬이 죽은 지 5년째 되던
해 예루살렘을 침공했던 이집트의 파라오 시삭은 제 22왕조의 쇼생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존의 연대는 예루살렘의 다윗성 발굴 결과 서기전
10세기의 주거층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정되어야 할 운명에
놓였다. 이를 계기로 성서역사학계의 '최소주의자들'은 1990년대
초부터 '역사적 다윗'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출애굽 사건의 이집트적 역사기록이 전무하다는 것과 다윗-솔로몬
시대의 역사성이 희박하다는 두 사실에서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성서의 사건들을 역사의 틀에 맞추기 위해서는 기존의 연대를
350년 정도 앞당겨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따라서 예루살렘을 정복한
시삭은 서기전 920년대의 쇼생크가 아니라 서기전 1270년대의 람세스
2세이고, 다윗은 서기전 14세기 아마르나 시대의 인물이었으며,
여호수아가 정복한 여리고와 하솔 등은 서기전 16세기의 도시들이었고,
나아가 요셉은 서기전 19세기의 인물이라는 것이다.

고고학적 자료를 근거로 연대를 결정할 경우 그 특성상 증명될 수도 있는
동시에 부인될 수도 있는 경우가 많다. 즉 42개에 달하는 저자의
결론들은 동시에 다른 종류의 자료에 의해 대부분 부인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종교적 문헌인 성서 속에서 역사성을 찾기에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성서의 주인공들을 이집트 역사의
지평에 자리잡게 하기 위해 온갖 자료들을 취사선택하여 기존의 연대를
350년 끌어올리는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존의 연대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들로서는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매 단락마다
결론들을 정리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 'A는
B이다'는 식으로 전개되는 저자의 단정이기에 주의를 요한다.

저자는 고고학적, 역사적 자료들은 꼼꼼하게 분석하면서도 성서의 본문
비평에는 매우 인색하다. 문제는 어느 시대이냐가 아니라 성서에 왜
그렇게 묘사되었느냐는 것이다. 이 점에서 저자는 성서 기록자들의
의도와 눈높이를 간과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신앙고백으로 해석된
성서의 여러 사건들과 주인공들의 생애를 굳이 역사적 연대의 틀에서
증명할 필요가 있을까?

400여 점이 넘는 사진과 그림자료들은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고고학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그 중에서 표지를 장식한 합성 사진에는
1970년대 이집트 북부 고센 땅에서 출토된 한 석상이 등장한다. 이
조각상을 창세기의 요셉이라고 단정지은 저자가 후속 작품인 '문명의
창세기'에서는 에덴동산을 터키 동부 고원지대에서 찾으려고 시도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 수밖에 없다.

(김성·협성대교수·성서고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