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블루스 연주자로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44)이 5월 '블루스의 고향' 미국 멤피스에서 열리는
'빌 스트리트(Beale Street) 음악 축제'에 초청받은 건 무척 큰
뉴스인데도, 사람들은 잘 모른다. 빌 스트리트가 어딘지, 김목경이
누군지조차.
"작년 9월이었어요. 한국 블루스 연주자를 찾는다는 이메일이
멤피스에서 왔습니다. 제 음반 2장과 함께 'OK' 편지를 보냈죠." 빌
스트리트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첫 노래를 녹음한 '선(Sun) 스튜디오'와
'B B 킹 클럽'이 있는 블루스와 로큰롤, 솔의 고향이다. 이곳에서 매년
5월이면 '5월의 멤피스(Memphis In May)' 축제가 열리고, '빌
스트리트 축제'는 그 중 한 코너다. 올해는 미국이민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을 '명예국가'로 뽑았고, 김목경은 그 대표 자격으로 축제에
참가한다.
"축제 관계자가 인터넷 검색으로 절 찾아냈답니다. 한국 블루스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하죠." 그는 5월 2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축제 내내 매일 1시간씩 무대에 선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친구이자
피아노로 로큰롤을 연주한 제리 리 루이스(68), 영국 출신 록 가수 조
카커(59), 블루스록 밴드 ZZ 톱, 여성 로커 셰릴 크로우(41) 등 쟁쟁한
세계 록스타들이 함께 오르는 무대다.
"매일 10곡 정도 연주하게 되는데, 그 중 4곡은 제 노래를 부를
생각입니다." 그는 자기 노래 중 '외로운 방랑자', 'Mr. 클랩튼',
'플레이 더 블루스', '웬 아이 컴 홈'을 꼽았다. 1984년 영국에
건너가면서 본격적으로 블루스 기타를 쳤으니, 그의 음악 이력 20년만에
블루스의 고향에서 그를 초청한 셈이다. 그가 자신의 1968년산 펜더
일렉트릭 기타를 대견한 듯 쓰다듬었다.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컨트리 음악을 즐겨 들었다는 그는 고2때 블루스와
처음 만났다. "백판(해적판) 사모으던 시절이었는데, 어느 날 두 장
짜리 LP를 구했어요. B B 킹, 제프 벡, 에릭 클랩튼 같은 사람들의 곡이
가득 실린 블루스 편집앨범이었죠. 그 안에 레드 제플린과 롤링 스톤스
기타 주법의 해답이 모조리 있더군요."
84년부터 90년까지 영국서 밴드 생활을 하다 귀국, 국내에서 정규앨범
4장과 라이브 앨범 1장을 냈다. 블루스가 록의 뿌리라는 것이 덜 알려진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그는 "블루스가 잘못 알려져
있는 건 미디어 책임"이라고 말했다.
'블루스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그는 "참 어렵다"면서 예전 B B 킹이
했다는 말을 소개해줬다. "B B 킹의 별명이 '원 노트 맨(One Note
Man)'이에요. 한 음만 친다는 뜻이죠. 그만큼 곡이 현란하지 않다는
뜻인데, B B 킹이 그랬습니다. 블루스 기타는 상대방을 설득하는
악기라고. 무작정 쏟아내는 악기가 아니라, 할 말만 골라서 하는
음악이란 뜻이죠."
"어떻게 하면 기타를 잘 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제 노래 중에
'거봐, 기타치지 말랬잖아'란 곡이 있거든요"라고 엉뚱한 대답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기타는 손 기술이 아니에요. 머리를 써서 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연주하는 거죠." 그는 축제 직전인 26, 27일 대학로
동덕여대예술센터에서 공연도 연다. 공연명은 '고잉 투 멤피스(Going To
Memphis)'. (02)3272-2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