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독주(毒酒)' 보드카가 프리미엄급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보드카는 '러시아의 국민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정작 프리미엄급
보드카는 폴란드와 스웨덴에서 주로 만든다. 국내에는 지난해부터 판매에
들어간 스웨덴산 '앱솔루트' 외에, 폴란드의 '벨베디어'나
'쇼팽'이 최근 시판되면서 프리미엄 시장을 놓고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무색, 무취에 깔끔한 뒷맛이 특징인 보드카는 "영하 40도의 시베리아
혹한에서 아내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알콜도수 40도의 보드카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러시아 특유의 정서가 배어 있다. 또 드라이(쌉쌀)하면서
은은한 한국의 소주와 매우 비슷해, 한식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원샷'으로 마시면 목, 가슴, 배가 금세 타는 듯 뜨거워지며 취기가
오른다.
식전주로 입맛을 돋우기 위해 마시는 보드카와 잘 어울리는 안주는
캐비아(철갑상어 알)이다. 러시아에서는 추운 겨울 보드카를 마시면서
빵에 치즈나 살라를 얹은 후 캐비아를 살짝 올려 먹는다. 살라는 신선한
돼지비계에 잘 갈아둔 마늘, 소금을 뿌린 '러시아판 크리스마스
별미'이다. 또 보드카는 칵테일로도 쓰이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마티니.
'칵테일의 왕자'라 불리는 마티니는 007 제임스 본드가 영화 속에서
'흔들지 않고 단지 저어서' 마셔 더 인기를 끌었다.
보드카 가운데 명품으로 자리잡은 제품은 폴란드산 '벨베디어'와
'쇼팽'. '벨베디어'는 호밀 100%, 쇼팽은 감자 100%로 만드는
프리미엄급 보드카로 부드러운 맛과 향을 위해 모두 4번씩이나 증류한다.
프리미엄급 보드카는 유기농법으로 천연 재배한 감자나 곡식을 재료로
쓰며 장작불을 지피는 등 전 과정에 장인의 솜씨가 들어가는 게
전통이다. '벨베디어'는 폴란드의 대통령궁인 벨베디어 하우스를 따서
이름지었는데, 최고급 화이트와인처럼 부드러운 바닐라 향이 난다.
폴란드가 낳은 작곡가 프레드릭 쇼팽의 이름을 딴 '쇼팽'은 감자
5㎏에서 한 병이 나올 만큼 철두철미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덜 익은 사과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