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데이비드 게일(21일 개봉)'을 보기에 앞서 '사형제도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극장을 나설 때 또한번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영화를
보기 전과 생각이 달라졌다면, 흥행과 상관없이 이 영화는 성공한
것이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전달된 것이기 때문이다.
시사주간지 기자인 빗시(케이트 윈슬렛)는 사형수 데이비드 게일(케빈
스페이시)로부터 단독으로 자신을 인터뷰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유능한
철학 교수였던 데이비드는 사형폐지운동단체 회원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동료 교수인 콘스탄스(로라 리니)를 강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아 화제가 된 인물. 그에 대한 불신을 품은 채 인터뷰하던
빗시는 사형집행일을 사흘 앞두고 그의 혐의가 누명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게 된다.
원제는 '데이비드 게일의 삶(The life of David Gale)'이지만, 실제로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데이비드 게일의 죽음'이다. 스스로
사형폐지론자인 앨런 파커 감독은 사형폐지론에 찬성하는 배우들을
주연으로 캐스팅해, 삶과 죽음, 개인과 공동체에 대해 의미있는 화두를
제시했다. 현실적으로 있을 법하지 않은 무리한 설정이지만, 흥미진진한
스릴러의 형식을 차용했기 때문에 막판 반전에 이르기 전까진 그다지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데이비드가 하룻밤의 실수로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하고 폐인이 돼가는 모습이나, 콘스탄스가 지병을
숨긴 채 "좀더 화끈하게 살아볼 걸 그랬어"라고 회상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유주얼 서스펙트' '세븐' 등의 전작에서 입체적인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케빈 스페이시는 이번에도 '잘 나가는 매력적인
교수'와 '외로운 알콜중독자'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익숙하게
연기했다.
'페임' '버디' 등으로 유명한 앨런 파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정치적 비방이 아니라 신념을 간직한 사람들의 희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데이비드 게일'은 최근에 나온 어떤
할리우드 영화보다도 정치적 메시지가 강한 영화다. 감독 역시 손수
작성한 보도자료를 통해 "분명한 사실은 한 인간의 소중한 목숨을 무
베듯 정확히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사형폐지론을 펼쳤다.
그러나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실제로 영화가 말해주는 것'과
항상 같은 것은 아니다. 사형폐지론이 '생명의 소중함'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이 영화의 결말 부분에 등장하는 충격적인 반전들은
스스로의 주장을 배신하는 자가당착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 생명 존중에
대한 자기 믿음과, 관객을 설득시키고픈 열정 등이 너무 강렬했던 나머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사형제도에 대한
관객의 생각까지 바꿔놓을 만큼 호소력이 강한 이 영화가 사형만능론
만큼이나 위험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