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논현동의 A룸살롱 '수석 새끼마담' 인 이모(31)씨는
1주일에 2~3차례 골프연습장에 나간다. 룸살롱 새끼마담 6명 가운데
경력 7년으로 최고참인 이씨는 "단골 손님이 원할 경우 골프장에도
같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핸디20 정도로 작년 손님과 함께
2차례 필드에 나가봤지만 올해는 핸디10 정도가 목표다.
룸살롱이 번성하면서 마담과 여자 접대부들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강남의 룸살롱 업계에서는 일류 마담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무이자
선불급으로 3억원을 지급했다는 한 룸살롱 얘기가 화제다. 역삼동
B룸살롱의 김모(36) 사장은 "사장과 마담이 매출액을 기준으로 수입을
서로 나누는 '퍼센티지 게임' 으로 업계가 변하고 있다" 며 "스카우트
비용으로 수억원을 들였다면 그 마담은 최소한 한 달 매출을 1억원 이상
올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고 말했다. 룸살롱 마담이 손님을 얼마나
끌어오느냐에 따라 수익도 달라지는 '마담 CEO' 시대인 것이다.
강남 룸살롱에서는 손님과 소위 '2차' 를 나가지 않는 대신 손님에게
받는 팁 가운데 10%를 업소에 돌려주는 일급 룸살롱인 '10%' 가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이들 일급 룸살롱은 강남의 100~200여곳으로
추정되며 접대부의 선불금으로 1000만~3000만원, 마담의 경우
5000만~1억여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마담들의 몸값이 뛰면서 그 밑의 '새끼마담' 과 여성 접대부들의
삶도 '생존형' 에서 '사치형' 으로 달라졌다.
최근 서초구 서초동의 C룸살롱에선 여자 접대부 20여명 사이에 '명품
경쟁'이 붙었다. 이들은 강남의 명품관·백화점에서 옷·액세서리를
사들이는 것은 물론이고 홍콩·이탈리아 등으로 '명품 원정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 룸살롱 경력 5년차 마담인 이모(26)씨는
"벤츠·BMW 등 수입차를 몰거나 수천만원짜리 오디오를 사들이는 등
자존심 경쟁도 치열하다" 고 말했다. 최근 300만원에 이르는 압구정동의
피트니스 회원권이나 성형수술도 여자 접대부들 사이에서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인터넷에 여성 접대부 구인 광고를 내거나, 아예 대학가로 '접대부
사냥' 을 나서는 경우도 늘었다. 서울 강북의 D룸살롱 마담 조모(26)씨는
평일 낮 신촌 대학가로 '접대부 사냥' 을 나선다. 용모가 예쁘고 인기를
끌 것 같은 여대생을 만나면 즉석에서 1000만여원을 주면서 "같이
일해보자" 고 캐스팅을 한다. 조씨는 "손님 가운데 '여대생을
넣어달라' 는 주문이 많기 때문에 인터넷에도 구인 광고를 낸다" 며
"예전처럼 생계형·인신매매형이 아니라 연예인 캐스팅처럼 구인 구조가
바뀌고 있다" 고 말했다.
형사정책연구원과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룸살롱은 2만4000여곳,
룸살롱이나 성매매 관련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은 3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번성하는 룸살롱 문화는 젊은 여성들을 '낮 직장' 과 '밤 업소' 에
동시에 출입하는 '더블 족(族)' 으로 변하게 하거나, 사회 진출을 앞둔
대학생들을 유흥업소로 몰아낸다. 강남 R룸살롱 K마담은 "업소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의 20% 정도는 여행가이드·중소기업 직원 등 출근하는
직장을 갖고 있으며 10~30%는 2~4년제 대학생" 이라고 말했다.
20~30대의 여성 노동력이 '밤 업소' 로 몰리는 현상은 결국 사회
전반적인 경쟁력을 해칠 수밖에 없다. 서울YMCA 성문화센터
이명화(李明花) 관장은 "주유소·편의점 등 시간당 2000~3000원씩 받는
아르바이트식 취업구조로는 손쉽게 수백만원을 벌 수 있는 유흥업소 출입
유혹을 자제시킬 수 없을 것" 이라며 "청소년과 젊은 여성들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인턴십이나 준직원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고 말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