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호루라기 ’이진성은 즉석에서 기묘한 춤 솜씨를 보여줬다.그는 의외로 “너무 쑥스러워서 TV에 나온 내 모습을 똑바로 못본다 ”고 했다.<br><a href=mailto:rainman@chosun.com>/채승우기자 <


때로는 '준비 안된' 신인이 더 무서울 때가 있다. 요즘 3개 TV
오락프로그램을 춤솜씨로 누비고 있는 '청담동 호루라기'
이진성(27)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그는 "방송 출연은 내게 '생활의
발견'이었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냥 '평소 놀던대로' 방송에서
했더니 순식간에 연예인이 되어 버렸단다. 인터넷 사이트 '다음'에
생긴 그의 팬 카페 회원수는 6일 현재 12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그는 작년 11월 9일 MBC TV '강호동의 천생연분'으로 데뷔했다. 당시
'댄스댄스' 코너를 맡고 있던 가수 싸이는 이진성의 절친한 후배. 녹화
구경 갔다가 싸이가 "같이 춤추자"고 잡아끌어서 얼떨결에 무대에
섰다. 평소대로 요란하게 호루라기를 불고 몸을 배배 꼬며 춤을 췄는데
다들 자지러졌다.

MC 강호동은 "청담동 호루라기로만 알고 있으라"고 이진성을 짧게
소개했다. 어차피 딱 한번 출연할 깜짝 게스트였다. 그런데 다음날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호루라기를 다시 출연시켜달라", "호루라기
이름이 뭐냐"는 글이 폭주했다. 그 바람에 이진성은 고정 멤버가 됐다.

"제가 이래봬도 '지하세계'(언더그라운드)에선 꽤 유명했죠. 강남
일대 나이트클럽에 제가 뜨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어요. 고교
시절부터 10년동안 갈고 닦은 내공이 얼만데요. 싸이는 반포중·세화고
후배이기도 하지만, 즐거운 춤 친구이기도 했죠."

181㎝. 훤칠하게 큰 키에 준수한 외모인데도, 그는 거침없이 말하고
거침없이 '망가지며' 분위기를 살린다. 무너지는 '귀공자'가 주는
웃음은 유쾌하다. 이런 매력 덕에 그는 KBS '야! 한밤에', SBS
'한밤의 TV 연예',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 등 3개 TV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MBC 시트콤 '논스톱III'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데뷔 4개월도 채 되지 않아 굵직굵직한 오락 프로그램의 단골 게스트로
자리잡은 셈이다. 그런데 하필 '청담동' 호루라기일까.

"월드컵 때였어요. 우리가 이탈리아를 이겼을 때 바로 청담동 길거리로
뛰어나갔죠. 버스를 막아 세우고, 주머니에 있던 호루라기를 떠나가라
불어대면서…. 버스 4대 위를 오가며 춤을 췄거든요. 그 다음부터 다들
'청담동 호루라기'라고 부르데요."

그가 불쑥 휴대폰을 내밀었다. 은빛 호루라기 하나가 붙어있다. 대학
때부터 지금껏 수집한 호루라기만도 5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진성은
중학교 때부터 스피드 스케이팅을 한 운동선수 출신. 한국체육대학에선
주니어 국가대표로도 활동했고, 한국빙상협회 최연소 이사이기도 하다.

"선수들은 호루라기 소리에 따라 서고, 출발하는 존재잖아요. 대학을
졸업하고 운동을 접으면서 호루라기를 늘 몸에 지니고 다녔죠.
호루라기가 얼마나 유용한 줄 아세요? 시끄러운 나이트클럽에서도
호루라기 소리 하나는 기차게 잘 들린답니다."

춤 친구 싸이와의 인연으로 그는 싸이의 3집 '챔피언'에 '춤꾼
챔피언' 역으로 우정 출연했다. 그들이 나이트클럽을 '평정'하던
시절, 함께 개발한 안무가 싸이의 '새', '챔피언'의 엽기춤으로
태어나기도 했다.

"어떤 PD가 저를 보고 'TV로 봤을 땐 불량한 친구인 줄 알았는데, 아직
보여줄 게 많은 사람 같다'고 했어요. 전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이
좋아요. 운동선수답지 않은 말이지만, 1등이 아니어도, '꼭 필요한
2등'의 모습을 보여드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