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 가 짖는다.” “ 게 는 옆으로 기어다닌다.”

“ 왠 지 알 수 없다.” “ 웬 사람이 다녀갔어요.”

서울-경기 지역 보통 사람들이 이들 문장을 소리내 읽는다면 '개'와
'게', '왠'과 '웬'을 구분해발음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때'와 '떼', '매'와 '메'의 경우도 마찬가지.

국립국어연구원(원장 남기심)이 최근 발간한 '표준 발음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경기 지방 화자(話者) 대부분이 '개(犬)'와
'게(蟹)'의 발음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10명의
조사대상 중 80% 이상이 'ㅐ'와 'ㅔ'를 잘 구분하지 못한 채 중간
정도의 혀 높이에서 발음했다. 식당 메뉴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된장찌게(된장찌개)' '육계장(육개장)' 등의 잘못된 표기도 이
발음상의 혼동 때문이라고 이 보고서는 설명했다.

서울·경기 지역 특유의 'ㅓ' 긴소리(ㅡ에 가깝게 혀를 높여 내는
소리. 예:번민)를 내는 화자는 단 4%에 그쳤고, '가계' '계절'
'폐백' '시계' 등에서의 'ㅖ'는 대부분 'ㅔ'에 가깝게 읽었다.
또 외래어의 경우 '사이렌' '샌드위치' '선글라스'는 90% 이상이
된소리(ㅆ)로 읽었다. 이번 조사를 맡은 최혜원(崔惠媛) 학예연구사는
"1988년 고시됐던 '표준 발음법'이 지금의 현실 발음과 많은 차이를
보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