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슬라비아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유고슬라비아 연방 의회는 4일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공화국으로 구성된
현 연방을 해체하고 느슨한 형태의 국가연합인
'세르비아·몬테네그로'를 창설하는 헌장을 채택했다.
유고연방 상원과 하원은 이날 각각 26대7, 84대31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새 헌장을 통과시켰으며, 새 헌장을 구체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법률도
채택했다. 이 헌장과 시행 법률이 연방 의회에서 통과된 즉시 발효됨에
따라 '유고슬라비아'라는 이름은 1929년 처음 사용된 이래 74년 만에
지도상에서 사라지게 됐다.
드라골유브 미쿠노비치(Micunovic) 연방 의회 의장은 새 헌장이 채택된
뒤 "이는 새 국가 창설을 위한 마지막 절차"라면서 "우리들은 큰 일을
해냈다"고 자평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그는 "새 국가연합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 헌장은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의 독립성을 대폭 강화, 두 공화국은
외교와 국방만 공동으로 하고 재정을 비롯한 기타 분야는 각자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느슨한 형태의 국가연합 관계를 이루도록 규정하고
있다.
합동행정기구는 세르비아 수도인 베오그라드에 소재하게 되며, 126명으로
구성되는 의회가 대통령을 선출한다. 세르비아·몬테네그로는
국제기구에서 하나의 의석을 갖는 단일 정체로 남게 된다.
그러나 3년 뒤 두 공화국이 완전 독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새 헌장은 규정하고 있어, 2006년에는 두 나라로 분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6개 공화국으로 구성돼 있던 유고연방에서 1991년과 1992년에 걸쳐 4개
공화국이 독립해 나가면서 인구 1000만명의 세르비아와 65만명에 불과한
몬테네그로 2개 공화국만으로 신(新)유고연방이 이루어졌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 몬테네그로가 분리독립을 추구하면서 불협화음을 빚었다.
◆유고슬라비아 略史
▲1918년: 1차대전 종전 후 '세르비아·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왕국'
탄생.
▲1929년: 국명을 '남부 슬라브 민족의 땅'이란 뜻의 유고슬라비아로
변경.
▲1945년: 2차대전 종전 후 요시프 티토의 지도력 아래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보스니아, 몬테네그로, 마케도니아의 6개
공화국으로 구성된 유고슬라비아 연방으로 재탄생.
▲1980년: 티토가 사망하면서 내부 균열 시작.
▲1991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가 독립 선포.
▲1992년: 보스니아가 독립 선포하면서 전쟁 발발. 남은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로 이루어진 신(新) 유고연방 출범.
▲2000년: 독재자 밀로셰비치 대통령, 민중혁명으로 권좌에서 축출.
▲2003년: 유고연방 의회에서 ‘세르비아·몬테네그로’ 헌장 채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