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고기와 간,순대를 섞어 담백하게 끓여내는 신의주집 순대국.


찰밥이나 당면을 선지와 함께 섞어 돼지 창자에 듬뿍 채워 삶아내는
순대. 재료나 모양새가 품위 있진 않지만, 값싸고 맛도 그만인
영양음식이다. 평안도·함경도 같이 추운 지방에서 많이 해먹던 순대는
한국뿐 아니라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중국 등 다른 문화권에서도
즐기는 서민 음식이다.

서울 약수동에 자리한 약수시장은 순대국 매니아들 사이에선
순대골목으로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호남식당(02-2233-0755)
솜씨는 따라가기 힘들다. 드럼통에 돼지 뼈를 넣고 오랜 시간 우려낸
뽀얀 국물. 여기에 붉은 다대기를 풀고 살코기와 머리고기, 순대와
내장을 듬뿍 넣어 뚝배기 가득 내오는 순대국(4000원)은 그 얼큰함이
일품이다. 30년의 노하우와 입소문 때문일까, 새우젓에 즐기는 순대와
꼬들꼬들한 내장 맛 때문일까.

서울 청담동에 있는 신의주 찹쌀 순대(02-540-4578)는 호남식당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동네가 동네인지라 순대국집 치고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갖췄다. 낮에는 근처 사무실에서 빠져 나오는 오피스맨들을
위한 신의주 정식(8000원)으로, 늦은 밤엔 청담동과 삼성동에서 쏟아져
나오는 술 손님들의 속풀이 술국(7000원)으로 식당은 늘 인산인해.
술국보다 양은 적지만 밥이 딸려 나오는 순대국밥(5000원)은 개운하고
담백해서 여성들도 즐겨 먹는다. 쫄깃한 머리고기와 간, 돼지 귓살과
순대가 섞여 나오는 모듬(2만3000원)은 젊은 층에게 인기다. 이 집
순대는 후추 향이 강한데다 찹쌀과 당면을 함께 넣어 질게 반죽한 게
특징이다.

(강지영·앤디 새먼·부부음식평론가)